배우 출신 아나운서의 엄마가 된 이야기
투어를 시작한 지 두 달쯤 되었을 무렵,
사무실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엔 가족 VIP 패키지야.
투어 자체도 고가지만, 고객이 ‘가족’이어서
편하고 매끄럽게 진행해줄 가이드가 필요하대.
니가 잘 좀 해줘야 돼.”
가이드는 투어 시작 며칠 전,
사무실로부터 고객 정보와 투어 일정표를 미리 전달받는다.
이 팀은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아이 둘,
엄마 아빠, 그리고 시어머니까지
총 다섯 명의 단출한 가족 패키지였다.
첫 만남은 입국장이었다.
그 순간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빛이 났다.
정말로, 그 엄마는 입국장의 형광등 아래서도
화보처럼 서 있었다.
“어머님... 이쁘셔도 너무 이쁘신데요.
실례가 아니라면… 혹시 전직이 스튜어디스? 모델? 이신가요?”
“오호호… 아니에요ㅎㅎ 그냥 애 엄마예요~”
“아닌데요. 이건 그냥 애 엄마 포스가 아닌데요.
저도 사람 좀 만나본 사람이거든요. 분명 일반인은 아니세요.”
이건 입에 발린 칭찬이 아니었다.
진심이었다.
지방 출신인 내 주변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외모였다.
서울 한복판에 살면 이런 분들이 많을까? 싶었다.
그날 이후로도 나는 매일 아침,
그분의 외모에 감탄하며 인사를 시작했다.
“와... 오늘은 더 이쁘세요.”
그렇게 말하면 가족들도 덩달아 웃었고,
분위기도 자연스레 좋아졌다.
단독 패키지라 자유롭게 조율할 수 있었고,
무더운 날엔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잠시 쉬었다가
투어를 이어가기도 했다.
아이들도 잘 따라와 주었고, 어른들도 유쾌했다.
물론 내 실수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럴 때마다 가족분들은 환하게 웃으며 넘겨주셨다.
내심, 이 팀은 정말 행운이다 싶었다.
투어 마지막 날이 되면,
대부분의 손님들이 어느 정도 나라에 적응하고
가이드에게도 마음을 연다.
이 팀도 그랬다.
아버님이 먼저 말을 꺼내셨다.
“제가 사실 금융권에 근무하는데,
이쪽은 다들 여행을 가고 싶어도 못 갑니다.
여행 가서도 일을 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이번 여행은 정말 좋았어요.
동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네요.”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금융권 정도 돼야 저런 외모의 아내를 만나는 건가…’
(아직 못 버린 내 선입견, 눈 감아줘요)
그 뒤, 뜻밖의 고백은 초등학생 첫째 아이에게서 나왔다.
“사실은요… 우리 엄마, 배우였다가 아나운서하다가
아빠 만나서 결혼한 거예요.”
“어머! 어쩐지!!!
제가 일반인 얼굴 아니라고 했잖아요오옷~!!”
“아하하… 너무 부끄러워서 제 입으로는 못 말하겠더라고요.”
그렇게 투어는 무탈하게 마무리되었고,
출국 직전, 어머니와 나만 따로 있게 되서
내가 먼저 물었다.
“실례되는 질문일 수도 있는데..
전직에 대해서 아쉬운 감정이 있으실까 궁금해서요“
“음.. 배우가 하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아서 어렵게 아나운서가 되어서 이제 막 일을 받아 시작했는데 소개팅 자리가 들어왔어요,
그 때 그 사람이 지금의 남편이 되었네요
막막했던 그 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해요
가이드 님도 좋은 분 만나 결혼하시면 좋겠네요“
그리고 한 마디 더 덧붙이셨다.
“제가 한국 가서 후기 진짜 잘 써드릴게요.”
그건 그냥 예의상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며칠 후, 회사 부장님이 내게 보여준 후기 글은
정말 장문의, 따뜻한 칭찬 글이었다.
그 칭찬글 덕분에 나는 그 시점부터
투어 배정이 확 늘어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