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동창 모임이라고 했다.
60대 남자3 여자3 단독 패키지였다.
당연히 부부모임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입국장에서 그들을 마주치자마자
무언가 어그러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들은 버스에 타자마자 뒷자석으로 나를 불러내
현금 30만원을 쥐어주더니
버스 내 담배펴도 될 것
심부름이 필요하면 해줄 것
일정 조정이 필요할 시 매끄럽게 해줄 것
아주 부드럽고 재밌는 표현으로 말씀하셨지만
요구사항은 심플했고 나는 그것을 받아드리고
투어를 시작했다
(버스내 담배는 대만에서는 절대 안되지만
기사님께 말씀드리고 팁드리니 ok)
남녀남녀 짝으로 자리에 앉으셔서
60대 부부라고 하기엔 과도한 스킨쉽을 자주 하셨고
(이때부터 눈치는 깠는데..)
관광지에 도착해서 사진을 찍을때마다
남자 / 여자 나눠서 사진을 찍으셨다
물어보지 않았는데
초등학교 동창 지간이라신다..
아.. 예..;;;
그렇게 투어는 시작 되었고 나는 그리 불편하진 않았다.
그들의 요구사항은 '심플'했고
그들의 사생활은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였다.
첫날 투어를 마치고 온천리조트에 체크인을 하는데
두개의 방이 커넥팅된 룸이 걸려버렸다.
급하게 호텔측에 따져물었고 시정을 요청했지만
성수기 만실인 상황이라 불가하다고 듣고
이미 기분이 나쁘신 상황이였다.
그리고 충격적인 장면은 어머님들이
전기밥솥 쌀 김치 밑반찬을 두루두루 싸와서는
아 참치가 필요한데.. 이러더니
나한테 참치를 사오라는 심부름을 시키셨다
아하하.. 나는 이런거 칼같이 거절하는 스타일인데
팁 30만원 선입금이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렇게 참치캔을 드리고 나서야 첫날의 투어는 종료 되었다.
둘쨋날 아침부터 술이 덜 깬 아버님들과
꺄르륵 하시며 인사하는 어머님들을 반갑게 맞이했고
투어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와중에
관광지 도착전 배에 타는 설명을 해드리는데
어떤 한 아버님이 말씀하셨다
"그런데~ 우리 가이드님은 남자는 좀 타보셨어??"
순간 당황한 나는 뇌정지를 먹고 2초간 벙찌다가
웃으며
"아이고오 아버님 제가 아버님 딸뻘인데 그런 질문은 너어무 갔는데에???"
이렇게 받아 쳤더니 허허허 하고 나름 스무스하게 넘어갔다.
아주 가끔 가이드는 이런 성희롱도 당한다
처음부터 아에 싹을 끊어내면 일절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지만
그놈의 팁 선입금이 뭐라고
너무 잘 받아줬던 탓인가
결국 한방 먹고 내상을 입어 버렸다.
다행히 그 말 이외에는 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커플들끼리는 행복해 보이셨다
관광지 사진찍을땐 눈치껏
자~ 어머님들 모이시고
자~ 아버님들 모이시고
따로 잘 찍어드렸으니까
마지막 날 전날 술을 거하게 드신건지 그냥 마지막날의 대미를 장식하고 싶으셨던건지
저녁 투어가 몇개 남았음에도 (마사지포함)
환불안해도 되니까 그냥 빨리 호텔로 돌아가자시길래
정말 괜찮은지 3번을 확인하고 동의서에 사인까지 받아 보내드렸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샌딩 후 예상치 못한 경위서를 쓰게된다.
한국 투어사의 vip였던 그분들은 나에게 컴플레인을 쎄게 보내셨고
너무 억울한 나는 입국부터 샌딩까지의 모든 이야기를 a4용지 5장 분량으로
아주 세세하게 적어서 보냈다.
그 글을 본 현지투어사 팀장님은
나에게 저녁을 사주시면서
잘했다.
사람대하는게 참 힘들지?
그치만 이 일 하다보면 또 사람으로 치유 받는다?
나쁜거 하나 겪었으니 이제 좋은거 하나 올거야
맞다. 가이드를 하면 진짜 별의별 인간 군상을 만나는데
웃긴건 그 사람들의 얼굴은 생각안나도
인상은 깊게 뿌리 남는다
인간이 아주아주 질리다가도 다시 인간에게 치유받는다.
그분들 덕분에 내 멘탈은 더 쎄져서 일이 재밌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브런치에서 2개의 연재를 진행 중입니다.
[패키지 투어에는 없는 이야기]
실제 대만 가이드로 일하며 겪었던 웃지 못할 사건들과 사람들 이야기
https://brunch.co.kr/brunchbook/tourguidestory
[대만 청춘일기, 나를 찾아가는 낭만]
대만에서의 워홀·생활 속 외로움과 청춘의 고민, 그리고 스스로를 찾아가는 기록
https://brunch.co.kr/brunchbook/dear-taiwan
이번 글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다른 에피소드들도 함께 읽어주시면 더 즐겁게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을 거예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