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들의 적극적인 ‘밀어주기’ 덕분에 생긴 해프닝
6월 말, 본격적으로 더워지기 시작한 어느 날.
입국장에서 손님들을 맞이하는데, 특이하게도 젊은 남자 두 분이 한 팀으로 나타났다.
패키지 투어에는 부모님을 따라온 젊은 자녀는 종종 있지만,
단독으로 온 경우는 거의 없었기에 살짝 의아한 마음으로 투어를 시작했다.
알고 보니 두 분은 같은 회사 동료사이였다.
해외 근무를 2년간 함께 하면서 친구 이상으로 가까워졌고,
휴가가 겹친 김에 같이 여행을 하고 싶었는데
일일이 알아보긴 귀찮아서 처음으로 패키지 여행을 선택했다고 했다.
당시 나는 가이드를 막 시작한 터라,
전문가다운 분위기보다는 부모님 뻘 손님들에게는 딸 같은,
또래 손님에게는 사촌언니 같은 느낌으로 다가가곤 했다.
그러다 보니 또래였던 두 분도 나를 편하게 대하며
마치 같은 직장 동료처럼 여행을 즐겼다.
둘째 날, 자유시간이 있었지만 날씨가 너무 더워
“가이드님은 어디서 쉬세요?” 하고 묻기에
“근처 카페 가서요.” 라고 했더니 곧장 따라와
셋이서 신나게 수다를 떨기도 했다.
알고 보니 한 분은 기혼, 한 분은 미혼.
“가이드님은 남자친구 있어요?”라는 질문에
별생각 없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해외 근무 해보셔서 아시겠지만, 혼자 많이 힘들지 않냐”며
이야기가 이어졌고, 나는 “이제 막 일 시작해서 바쁘다”고 답했다.
평범한 대화였는데, 이후부터 두 분이 유독 나와 가깝게 붙어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 분위기를 느끼신 다른 손님들이 장난을 치셨다.
“어머, 남자 두 분이 가이드님이랑 유난히 붙어 다니네?”
“셋이서 정분 나는 거 아니에요? 꺄르르~”
나는 웃으며
“저야 감사하죠~ 언제 이런 분들이랑 말을 섞어 보겠습니까~”
하고 너스레를 떨었는데,
그 이후 어머님들이 노골적으로 나와 미혼 손님을 붙여주려 하셨다.
그 분은 조선소에 다닌다 했는데, 내 본가와도 가까워 신기했다.
그러다 “한국 자주 오세요?”라는 질문에
“자주 가는 편”이라고 하자,
“한국 오면 다시 보고 싶다”는 말을 건넸다.
그 순간 괜히 심장이 콩닥콩닥.
‘어? 이거 진심인가?’ 하며 설레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젊은 가이드와 손님 사이,
혹은 중년 손님과 가이드 사이에도 이런 일은 종종 있다고 한다.
여담으로는, 어떤 남자 가이드는 손님이 호텔방까지 찾아온 적도 있다던데…
그래서 여자 가이드들은 웬만하면 방 번호를 알려주지 않는다.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이게 가이드 효과인지, 아니면 손님들의 ‘밀어주기’ 덕분인지.
혼자 신기해하며 투어를 마쳤고, 나는 “한국 가면 연락드린다”고 인사하며 샌딩을 했다.
이후 종종 연락이 오긴 했지만,
내가 일이 바빠 한국에 갈 기회가 없자 자연스레 끊어졌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때를 제외하면 내 가이드 인생에 다시는 그런 ‘행운(?)’은 없었지만,
첫 가이드 시절의 달콤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6화 「초저가 패키지에서 만난 수상하게 말 없는 초딩」 편이
어디선가 노출이 된 건지,
조용히 연재하던 제 브런치에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셨습니다.
제 경험과 생각을 나누고 싶어 시작한 글인데
이렇게 관심을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번 편은 가이드의 작은 여담으로 쓴 글이라
혹시 기대에 못 미칠까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럼에도 가볍게, 즐겁게 읽어주셨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저는 아직 글쓰기 초보이지만,
주신 관심에 힘입어 최선을 다해 제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