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방에서 숨죽여 울던 밤들

그 눈물들은 약함이 아닌 나를 지키는 방식

by 유니로그


가이드 일을 한창 하던 무렵, 나의 거주지는 호텔이었다.

대부분 3박 4일 투어였고, 타이베이 외곽 호텔로 가면 가이드에게도 방이 배정되었다.


손님들과 함께 캐리어를 끌고 호텔에 들어가 3박 4일을 보내는 게 일상이었다.

열 번의 투어 중 일곱 번 이상은 호텔에서 묵었으니,
가이드 시절 내 삶의 70% 이상은 낯선 호텔방에서 홀로 지냈다.


아이러니했다.
내 꿈은 호텔리어였는데, 결국 일상의 반 이상을 호텔에서 보내고 있었으니.
“끊임없이 꿈꾸면 결국 그 꿈의 근처까지는 닿게 되는 걸까.”
스스로를 비웃으며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사람도, 잠자리도 일주일마다 바뀌는 생활은
내 외로움을 점점 짙게 만들었다.


손님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마음에 남으면,
앞에서는 웃고 넘겼다가도 호텔방에 들어와서는 곱씹으며 눈물을 삼키곤 했다.


그러다 1년이 지나자, 비아냥 섞인 말이나 진상 손님을 만나도
예전처럼 큰 상처가 되진 않았다.


대신, 짙어진 건 외로움이었다.

내 마음속 구멍이 점점 커져 가는 기분이었다.


호텔에 들어가면 나만의 루틴이 있었다.
커튼을 모두 치고, 침대 옆 작은 조명만 켠다.


노래를 틀어놓고 반신욕을 한 뒤,
침대에 몸을 파묻고 책을 읽거나 그냥 노래를 들으며 멍하니 불빛만 바라보다 잠들었다.


그날따라 마음에 꽂힌 노래가 있었다.
ashmute - Scenery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사라져 가는 풍경 속의 쓸쓸한 그리움.”

https://www.youtube.com/watch?v=9kiFQRMsMfo&list=RD9kiFQRMsMfo&start_radio=1


그 노래를 들으며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닌,
어딘가에 쫓기듯 살아가는 내 모습을 보았다.

사랑과 청춘을 잃어버린 듯한 허망함도.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클럽을 가고, 소개팅 앱으로 사람을 만나도

결국 잘 되지 않았다.


나는 사랑이 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그저 외로움에 사람을 구걸하듯 매달렸던 걸까.
스스로조차 알 수 없었다.


결국 눈물이 차올라, 침대 위에서 웅크린 채 한없이 울고
지쳐 쓰러져 잠든 날이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무 일 없다는 듯
늘 하던 텐션으로 웃으며 투어를 마무리했다.


가이드로 일할 때 나는 원래의 나를 감추고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투영했다.

감정에 휩쓸리기보다 차분하고 밝은 모습만 유지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그런 가면은 종종 터져버렸고,

그럴 때마다 나는 노래를 크게 틀고,
얼굴을 베개에 묻거나 샤워기 물소리에 섞어 울며
내 안의 괴리감을 덮으려 애썼다.


그때는, 감정이 밀려올 때마다 울음을 터뜨리는 내가
너무 여리고 멘탈이 약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건 오히려 나를 지키는 방식이었다.

그 눈물이 없었다면 나는 가이드 생활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도 홀로 외로움과 싸우는 청춘들이 많을 것이다.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외로움과 눈물은 실패가 아니라,
그 시간을 살아내려는 청춘의 치열한 몸부림이라고.


가끔 드라마 속 혼자 이겨내려는 캐릭터를 보면
그 시절의 내가 떠올라 눈물이 난다.

몰래 울던 눈물들이 지금의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음을
이제는 안다.


그런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내 감정의 무너짐을 더 빠르게 캐치할 수 있다.
한계에 다다르면 멈춰야 한다는 걸 직감한다..


“여기서 더 하면 내가 아프겠구나.”
이런 예감에 지레 겁을 먹기도 하지만,
그런 모습까지도 결국은 나임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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