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카멜레온처럼 변했지만, 그들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대만에서의 일상을 떠올리면 화려한 풍경보다 먼저 떠오르는 건
늘 같은 자리를 지키던 사람들이다.
쉬는 날 늦잠을 자다 해가 지고 나서야 나가면,
막 저녁 시장을 여는 사람들을 만났다.
아침과 저녁을 책임지는 거리의 식당 주인들.
그곳에는 나 같은 프리랜서도,
퇴근길 직장인도,
그저 허기를 채우려는 사람들일 뿐이었다.
아무도 내가 외국인인지 신경 쓰지 않았고,
모두 자기 하루에만 집중했다.
나는 그 일상 속에 스며 있는 것만으로도 안정감을 느꼈다.
가이드라는 일은 늘 새로운 사람을 맞이하는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같은 얼굴을 반복해서 보는 순간이 나를 편안하게 했다.
한 달에 한 번 찾던 네일숍 언니들과 미용실은 나에게 친언니 같았다.
“오늘은 어떤 색으로 할래요?”
그들은 내 기분을 먼저 살피고, 피곤해 보이면 소파에 앉힌 채 시술을 해주었다.
그 세심함에 감동했고, 그곳에서야 비로소 대만 사람들의 진짜 생활을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알았다.
생각보다 대만의 소득은 낮았고, 소비 수준은 높았다.
젊은이들은 투잡, 쓰리잡을 기본으로 여겼고
헬조선을 넘은 ‘귀신의 섬’이라 대만을 자조적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 들의 고단함 앞에서 나는 고개가 숙여졌다.
아침 비행기 픽업 전 늘 들르던 조찬 가게에서도 익숙한 얼굴들이 있었다.
개를 산책시키고 간단히 식사하는 노부부.
총좌삥과 두유를 급히 먹고 지상철로 향하는 직장인.
휴대폰을 보며 느긋하게 밥을 먹던 대학생.
그 틈에서 나는 정장을 입고 캐리어를 끌며 총좌삥과 두유를 먹었다.
아마 그들은 나를 출장 많은 직장인쯤으로 여겼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삶에 개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각자의 하루 속에서 배경처럼 스쳐 갔다.
그 익숙한 얼굴들이 내 대만의 시간을 지탱해 주었다.
그들은 이름도 남기지 않았고, 나도 사연을 묻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얼굴들은 지금도 내 마음속에 살아 있다.
낯선 땅에서 덜 외로웠던 건,
일상적인 공간에서 그들이 거기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도 문득 떠오르는 그 얼굴들 위로
나는 조용히 평안을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