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人間은 사람 사이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
내가 대만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것 중 하나는,
앞서 글에서도 몇 번 적었지만 결국 **‘사람’**이었다.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도 사람이었고,
나를 가장 크게 일으켜 세운 것도 사람이었다.
외국인으로서 느낀 대만의 첫인상은 ‘조건 없는 친절함’이었다.
거기서 나는 인간의 ‘정’이라는 것이 어떤 모습일 수 있는지를 처음 실감했다.
때때로 이방인이라는 생각이 스스로를 가두기도 했지만,
사실 대만 사람들은 언제나 여유롭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나를 감싸주었다.
그럼에도 가이드라는 직업은 사람 사이에서 상처받을 수밖에 없었다.
남자 손님의 희롱 섞인 농담,
여자 손님들의 젊은 가이드들에게 던지는 가벼운 희롱,
호의라 믿었던 손님이 남긴 선물이 나중엔 쓰레기 취급이 되는 순간들.
열심히 발버둥 치는 나에게 동료가이드는 “돈에 미친 애”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여자라서, 어려 보여서, 인상이 부드러워서, 만만해 보여서…
비수가 꽂히는 일은 예상치 못하게 반복됐다.
하지만 나를 버티게 해 준 것도,
오히려 다시 일으켜 세운 것도 결국 ‘사람’이었다.
샌딩 할 때 헤어지기 싫다고 울던 할머니,
삐뚤빼뚤 “언니 멋져요”라고 적은 아이 손님의 손 편지,
어른 손님이 장문의 감사 편지를 남겨준 순간들.
동료 가이드 언니는 내가 오해로 손가락질을 받을 때
“그럴 애 아니다, 다들 오해하는 거다. 지켜보면 알게 될 거다.” 하고 나를 감싸줬다.
그 언니가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 가이드를 시작도 못 했을지 모른다.
같이 살던 대만 친구는 내 생일에 미역국을 끓여주었고,
아플 때 옆에서 간호해 주며 나를 보살펴주었다.
그리고 전 편에서 쓴 ‘벌금 사건’ 전과 후를 가리지 않고
똑같이 대해준 여행사 직원들.
그 덕분에 나는 끝내 버티어낼 수 있었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 진심을 알아봐 주는 손님들을 통해
내 마음은 치유되었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
사람은 상처를 주는 매개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회복의 열쇠이기도 했다.
행천궁에서 신에게 빌던 마음처럼,
사람에게도 기대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는 것을
대만은 내게 가르쳐주었다.
많이 아팠지만 동시에 많은 것을 고맙게 만들어준 나라, 대만.
그래서 지금도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결국 사람은 벽이 되기도 하고 다리가 되기도 한다.
나는 그 벽에 부딪히며 아팠고, 또 그 다리를 건너며 살아왔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를 채우는 방법을 배운 것,
그것이 내가 얻은 삶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