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던 친구와 떠난 홍콩여행에서

나는 왜 집으로 가지 못하고 있나

by 유니로그

2019년 1월, 대만에서 살던 나와 한국에 있던 친구는 홍콩에서 만나기로 했다.

투어 성수기였지만 나는 친구를 위해 4박 5일의 시간을 비워냈다.


친구는 하루 먼저 도착해 공항 근처에 묵었고, 나는 투어가 끝나자마자 바로 홍콩으로 향했다.

사실 우리는 4~5개월마다 얼굴을 봤다.
내가 한국에 자주 가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둘만의 여행은 2년 만이었고, 그래서 더 설레었다.

문제는, 우리 둘은 취향이 하나도 맞지 않는다는 거였다.
옷 스타일, 음식, 여행 방식까지 전부 달랐다.

그래도 여행에서는 서로 하고 싶은 걸 정해 오고, 그걸 함께 소화하며 배려하는 방식으로 지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첫 30대를 맞았지만 여유롭지 못한 재정, 침사추이의 아주 작은 호텔.
그 근처엔 맛집이 즐비했고, 우린 여전히 웃고 떠들며 여행을 즐겼다.


친구에겐 막 새로 사귄 남자친구가 있었고 나는 오랜 기간 솔로였다.
친구는 새로운 음식을 먹을 때마다 사진을 찍어 보내며 그를 이야기했다.

나는 가이드 일과 대만 생활을 이야기하며 “언제 한국으로 돌아갈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그 말에 친구는 더 이상 ‘안정적인 삶’을 권하지 않았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더 힘들어진다는 걸, 이미 오래전에 솔직히 말했기 때문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는 “돌아갈 집이 있기에 여행이 즐겁다”라고 했다.
나는 “돌아갈 곳이 없어도, 새로운 공간에서 또 다른 새로운 나를 찾는 게 즐겁다”라고 답했다.
결국 우리는 같은 풍경을 보면서도 각자의 길이 다르다는 걸 다시 확인했다.


마지막 날, 친구는 밤비행기로 먼저 한국으로 떠났다.
공항버스에 올라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얼굴을 보는데, 묘한 기분이 몰려왔다.


친구는 부모님에게, 남자친구에게, 그리고 늘 익숙한 직장동료에게 돌아간다.
나는 어디로 돌아가는 걸까.


공허한 마음을 안고 맥주 한 캔을 사서 침사추이 강변 공원에 앉았다.

시원한 바람은 불었지만 마음은 더 외로웠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집으로 가지 않는 걸까.'


대만 생활은 늘 즐겁지만은 않았다.
가이드 일은 쇼핑과 실적에 쫓겼고, 외로움은 끝없이 따라왔다.

낭만이라 부르던 그 시간은 사실 고독과의 싸움이었다.


나는 핸드폰을 켜 셀프카메라로 나를 기록하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내 마음은 지금 너무 울적한데, 괜찮아.
나는 또 내일 대만에 갈 거고 그 습한 공기를 마시며 안도하겠지
마음속 고향에 도착했다며, 돌아갈 내 진짜 집은 없지만
편히 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있고 밥벌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어.
다시 달릴 수 있어 달리다 보면 울적하고 외로운 마음은 또 잊혀, 잘할 수 있어.


그때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였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돌아갈 집이 없었기에, 나는 더 치열하게 달려야 했고
그 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멈춰 선 지금, 그때의 나를 회상하며 이렇게 기록한다.
그 시절은 외로움조차 나를 지탱해 준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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