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대신 나를 선택했던 시절

온전한 내가 아닐 때엔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음을.

by 유니로그

홍콩에서 돌아온 후에도 마음속 질문은 이어졌다.
나는 무엇을 위해 집으로 가지 않고 떠도는 걸까.

그 질문은 자연스레 “사랑 대신 왜 나를 선택했을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20대 중반,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 두 번째 연애를 했다.
나는 속으로 ‘이 사람과 결혼하겠다’ 다짐했지만, 곧 멈췄다.
지금 결혼하기엔 내 청춘의 시간이 아까웠다.


하고 싶은 게 많았고 내 가능성엔 한계가 없다고 믿었다.
그래서 결국 그는 두고, 나는 대만 워킹홀리데이를 택했다.

워홀 중에도 그는 대만까지 찾아와 "기다리겠다”라고 했지만, 나는 내쳤다.


내 생활조차 불안정한데, 그를 무작정 붙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충분히 좋은 사람이었고, 나 말고도 행복한 연애와 결혼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기다려주었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다시 만났다.

외국 생활의 외로움 속에서 나는 흔들렸고, 정착해 평범한 삶을 꾸려보려 했다.
그러나 지루한 일상은 곧 내 발목을 잡았다.
나는 또다시 그에게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라”라고 말하며 떠났다.
부모님께도 “다시는 한국에 돌아올지 모르겠다”는 상처만 남겼다.


그때 나는 믿었다.
사랑은 나를 완성시켜주지 못한다고.
나를 찾는 건 오직 나 혼자뿐이라고.
사랑하는 사람과 부모님에게 상처를 준 채, 나는 대만에서 버티는 일에 매달렸다.


하지만 사실 나는 혼자 견딜 수 없는 사람이란 것을 알았다.
30대가 되자 친구들은 결혼하고 임신을 했고
SNS 속 행복한 사진을 볼 때마다 나는 초조해졌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즐겁게 사는 척했지만 속은 점점 타들어 갔다.


결국 참지 못하고 사랑했던 그에게 다시 연락했다.
이상하게도 그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평온했다.
우리는 대만과 한국을 오가는 롱디를 시작했지만, 나의 방황은 그를 지치게 했다.
나는 여전히 심심할 때면 클럽을 전전했고, 그는 그런 나를 받아들이기 힘겨워했다.

한국 정착 시기를 말해주지 못하는 나에게 그는 실망했고,
결국 가오슝에서 가이드하는 날 찾아와 눈물 속에 이별을 고했다.

나는 붙잡아보았지만 그는 더는 기다릴 수 없다고 했다.
그게 우리의 끝이었다.

나는 그를 놓아주는 것이 진짜 사랑이라고 믿었고,

결국 또다시 사랑보다 나를 선택했다.

그러다 코로나가 터졌고, 나는 애정하던 가이드 일을 잃었다.
많이 힘들었지만 스스로를 다독이며 버텼다.

다행히 시간이 흐른 뒤, 우리는 다시 만나 결국 결혼했고 지금은 아이까지 낳아 가정을 꾸렸다.


결혼을 준비할 때 그가 물었다.
“왜 나를 두고 두 번이나 대만을 선택한 거야?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어.”
나는 대답했다.
“그때 당신과 결혼했다면 나는 여전히 다른 가능성을 좇았을 거야.
나를 시험해보고 싶었고, 내 힘으로 뭔가를 이루고 싶었어.
그 욕구가 당신의 사랑보다 더 컸던 거지.”


지금의 그는 말한다.
“맞아. 그때 우리가 결혼했다면 지금처럼 안정된 결혼생활을 보내진 못했을 거야.

그때의 넌 늘 급했고 하고 싶은 게 많은 아이였거든”


그래서 나는 해외 생활을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늘 말한다.


그냥 해. 마음이 끌리는 대로 가.
그 길에서 언젠가 너만의 정답을 만나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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