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나를 지치게도, 성장시키기도 한다

일과 개인의 줄다리기

by 유니로그

한때 나는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길 원했다.

그게 곧 나의 가치였고, 자존심이었다.
회사에서 인정받고, 결과로 증명하는 것이
내 존재를 입증하는 유일한 방법이라 믿었다.


매일이 고군분투였다.
내 에너지를 쏟고 또 쏟아냈다.
몸이 지치고 마음이 힘들어도
‘해야 하니까’라는 말로 밀어붙였다.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스스로 채찍질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보다 일이 우선이 되었다.
끝나지 않는 업무 메신저,
회사 사람들의 말 한마디,
전화기 너머 협력사의 고단한 숨소리까지.
모든 것이 내 에너지를 갈구했다.


그때 문득 생각했다.
나는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일에게 잡아먹히고 있는 걸까.

그렇게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 채
육아휴직을 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알게 됐다.

일이 내 삶의 전부는 아니라는 걸.

하지만 동시에 그곳은 여전히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이며,
내 열정과 에너지가 모여 있던 장소이기도 하다는 걸.

복직을 앞두고 중국어를 다시 공부하고,
비즈니스 감각을 익히며 궁금하지 않은 산업 동향까지 찾아봤다.

그런데 돌아간 일터는,
분명 달라져 있었다.


더 이상 ‘내 일’이 아니라
‘회사 일’처럼 느껴졌다.
예전엔 내 손을 거쳐야만 완성된다고 믿었던 일들이

이젠 다른 사람의 손에서도 아무 문제 없이 흘러갔다.


회사는 결국 ‘나’ 없이도 돌아가는 시스템이라는 걸.

어쩌면 “나여야만 해”라는 강박을 심어준 것도 회사였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으면
내가 움직여야 일이 돌아간다고 믿게 만드는 구조.
그 안에서 나는 끝없이 일했고,
그게 미덕인 줄 알았다.


조금만 실수해도
‘무능하다’는 시선이 따라왔다.
그 시선이 실제가 아니어도,
결국 나는 ‘참’이라 믿어버렸다.
일을 사랑했지만, 미워하게 만드는 곳 그게 회사였다.


일과 나를 분리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나는
결국 도태되었다.
휴직 5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회사 관련 꿈을 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내가 성장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 성장으로 인해 앞으로도 또 다른 일을 꾸미고,
밥벌이를 해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있다.


나는 그것을 사실 20대 첫 직장에서 뼈저리게 배웠다.
‘일’과 ‘나’의 분리가 안 되는 사람도 있다는 걸.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요소가 있어야
일이 가능한 인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람마다 ‘일’을 대하는 태도는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밥벌이로 받아들이고
철저히 분리할 수 있는 반면,
누군가는 일 자체가
자기 이름표가 되어버린다.


결국 일과 나는 떨어질 수 없고,
그 속에서 무엇을 느끼든
사람은 성장한다.


다만, 꼭 말해주고 싶은 게 있다.
일에서 받은 상처를 나에게까지 끌고 오지 말자.
밥벌이를 하며 나 자신을 다치게 하지는 말자.


일과 상처는 어쩌면 한 세트 같지만,
그 속에서 나를 구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나뿐이다.

그러니 일과 개인의 줄다리기에서
승자는 항상 ‘나’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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