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을 흉내내고 있는 우리들
일과 인생의 균형이라는 말을 붙여놓고 보면, 애초에 틀이 좀 이상하다.
일은 인생 안에 포함된 한 과정일 뿐인데, 마치 인생과 일이 두 개의 다른 축인 것처럼 취급된다.
한국에서 자라는 흐름은 대체로 비슷하다.
10대에는 공부 줄 세우기에 매달리고,
20대에는 돈 많이 버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동시에 찾아 헤매고,
30–40대에는 삶의 대부분이 일에 잠식되어 허무함을 품은 채 버틴다.
부정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이 이렇게 산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힘든 사람은 오히려 ‘운이 좋은’ 편이다.
내가 선택한 일인지, 돈 때문에 버티는 건지, 아니면 그만두기 어려워 계속 붙잡는 건지
헷갈린 채 하루를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일과 인생의 균형”이라는 말 자체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일은 인생의 일부이고, 인생이 먼저다.
하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자주 잊고 산다.
균형을 말하기 전에 해야 할 건 따로 있다.
내 인생을 먼저 들여다보고,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일.
그게 되지 않으면 무엇과도 균형을 맞출 수 없다.
다만 이런 환경을 갖추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에, 현실에서는 ‘균형’보다 ‘조화’를 이야기해야 한다.
조화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는 무엇이든 해내야 살아있다는 감각을 얻는 존재이다.
일은 돈을 빼더라도 삶의 중요한 축이다.
그래서 일과 삶은 서로 줄다리기하는 문제가 아니라, 서로를 덜 갉아먹는 방법을 찾는 문제다.
한때 ‘워라밸’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다.
부모 세대는 균형 같은 건 생각할 틈도 없이 일했고,
그 모습을 보고 자란 우리는 “나는 저렇게는 살지 않겠다”라고 다짐했다.
그 흐름 속에서 ‘플렉스’, ‘워라밸’ 같은 단어가 등장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설픈 흉내가 많다.
광고 문구처럼 “취향을 기르세요”라는 말에 현혹되어,
균형조차 타인의 방식대로 흉내 내고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부모 세대를 보며 “저렇게는 살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지만,
정작 우리는 일하며 어떻게 즐기는지 배운 적이 없다.
아침 러닝, 저녁 헬스, 짬 내 해외여행이 ‘즐기는 삶’이라고 불리는 구조 속에서
정말 균형을 찾고 있는 건지 묻게 된다.
내 이야기를 하자면,
첫 직장은 주 6일제였다. 그런데도 불평이 없었다.
금요일 새벽까지 술 마시고, 술이 덜 깬 채 토요일에 출근해도
동료들이 아무 말 없이 넘어가던 시절.
내 취미는 자전거와 드라이브였다.
하루 종일 앉아 모니터만 보는 답답함을 잠시라도 벗어나려 했던 선택이었다.
그러다 워홀을 결심했고, 퇴사는 금요일, 출국은 월요일이었다.
그 빡빡한 마지막을 지나며 깨달았다.
일과 삶의 균형은 없었다.
당시 나는 일이 곧 나였고, 일이 인생 대부분을 대신하고 있었다.
워홀로 매일 새로운 풍경과 사람을 만나도
마음가짐이 같다면 갇힌 느낌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결국 어떤 일을 하든, 그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는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균형, 조화, 기쁨.
이건 외부 조건이 아니라 내가 중심을 어디에 둘지 결정하는 문제다.
지금 하는 일에 불만이 있어도
사람은 이상하게도 ‘하나의 좋은 점’이 있으면 버틴다.
그 작은 포인트가 일과 일상의 연결고리가 되기도 한다.
오늘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그 ‘하나’를 찾는 일이,
일과 삶의 조화점을 맞추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안녕하세요 유니로그입니다.
약속된 글을 일요일에도 수요일에도 발행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도 모르셨을지도 모르지만 저와의 약속이기도 하였으니 마음이 꽤나 무거웠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아이 양육의 문제였으나 실상 저의 게으름입니다.
요즘 제 독서량이 많이 늘었습니다.
사색의 시간도 길어졌고 아무 생각 없이 티비를 보는 시간도 잦아지며
키보드 앞에 앉아 있지 않은 시간이 늘어났네요.
네, 이 모든 것 또한 핑계입니다.
가을이어서 마음이 설렜습니다.
글을 짓는 것이 가장 마음 설레는 것이었는데
하늘을 바라보고 바람을 느끼는 게 행복했습니다.
가을이 끝나갑니다.
모두들 감기 조심하시고 오늘도 각자의 행복의 한 자락을 발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모쪼록 모두 평안한 목요일이 되시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