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대신 배움을 남기기로 했다

정답 찾기가 아닌 의미 회수

by 유니로그


인생은 Birth에서 Death까지, 한 사람의 Choice들이 이어 붙여 만든 서사라고 했던가.
우리는 평생 선택하고, 그 선택의 결과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어느 순간엔 반드시 후회를 마주하게 된다.


후회는 우리가 ‘잘못된 선택’을 해서 생기는 감정이 아니라,
선택하지 않은 길을 상상하는 순간에 비로소 커진다는 점이다.

A를 선택해도 B가 궁금하고,
A가 실패하면 B가 더 나았을 것 같고,
A가 성공해도 ‘혹시 B는 더 큰 무언가였을까’라는 미련이 남는다.

후회는 과거의 오류를 찾는 작업이 아니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공포가 만들어내는 심리적 그림자에 가깝다.
그래서 후회를 지나치게 분석하면, 나 자신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현재의 불안을 비추는 거울 속을 들여다보는 셈이 된다.


후회는 ‘정답을 찾으려는 마음’에서 힘을 얻는다.
없는 정답을 찾으려 하면 할수록
후회는 점점 더 커지고,
그 선택은 점점 더 의미를 잃는다.


반대로, 후회가 움트는 시점에 이렇게 묻는다면
감정의 방향이 달라진다.

“지금 이 선택에서 나는 무엇을 배웠지?”

의미를 회수하는 순간
선택은 실패에서 데이터로 바뀌고
후회는 감정에서 기록으로 바뀐다.


코로나 직전, 해외 생활 3년 차였던 나는
한국에서의 삶과 해외에서의 삶 사이에 놓여 있었다.
한국인과 결혼하고 싶었지만,
해외라는 공간이 주는 자유도 쉽게 내려놓지 못했다.


그러다 터진 코로나.
남을지 떠날지, 누구도 대신 정해줄 수 없는 선택이었다.
나는 단순한 이유로 한국을 택했다.
“수중의 돈을 다 쓸 수는 없지”
그 한 줄짜리 근거가 내 삶 전체의 방향을 틀어놓았다.


한국에 돌아온 나는
직장인으로 살았고, 결혼했고, 아이를 낳았다.
어느 날 문득 궁금해졌다.
그때 떠나지 않고 해외에 그대로 있었다면,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후회할까?
의외로 아니다.


오히려 그때의 나에게 고맙다.
아이를 품에 안는 순간 알게 된 행복은
그 어떤 해외의 자유로도 치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도 해외에 살고 있는 친구들의 생활이 그립다.

몽글한 마음이 올라오고, 한순간 아릿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내 손에 쥔 것들을 다시 바라보면
그 감정은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런 감정들을 오가며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내가 후회하지 않는 이유는 선택이 완벽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선택에서 배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라는 걸.


어쩌면 B를 선택했더라면 실수를 피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실수를 피한 삶이 과연 더 나았을까?


실수가 없는 삶은
배움도, 방향도, 깊이도 자라지 않는다.
우연한 성공은 오래가지 않는다.
기초가 없는 성공은 금방 무너진다.

그래서 후회는 감정이고,
배움은 시스템이다.
같은 사건을 겪어도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삶의 장기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후회는 어떤 선택에도 자연스레 따라오는 감정이다.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감정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전적으로 나의 몫이다.


후회를 실패로 정의하면
삶 전체가 틀린 방향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후회를 데이터로 정의하면
같은 경험도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내가 선택한 삶을 스스로 납득시키는 힘은
후회를 지우는 데서 오지 않는다.
후회를 재료 삼아, 삶의 서사 안에서 다시 살아보는 데서 온다.


무료한 일상에 가끔 자유분방하던 청춘의 시절이 떠오르지만

이내 웃으며 그땐 좋았지 지금도 지나면 그때가 좋았다고 생각하겠지 하며

오늘을 가뿐히 웃으며 살아내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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