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나에게 남은 건 과체중, 번아웃 그리고 거북목

워킹맘의 퇴사 : 암담한 미래의 시작

by 유니로그

사회생활에 뛰어들어 밥벌이를 한 지 어느덧 14년 차.

그동안 내 이름 뒤에는 수많은 이력이 붙었다 사라졌지만,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름표는 ‘워킹맘’ 일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생기기 전과 후, 나의 업무 세계는 완전히 달라졌다. 오로지 나의 컨디션과 일정으로만 채워졌던 일상에 ‘아이’라는 거대한 변수가 끼어들었다.

아이의 발달 과정과 컨디션에 따라 내 하루가 결정되는 세계. 그 낯선 세계에 진입하자마자 나는 길을 잃었다.

아이의 일정을 챙기느라 정작 내 컨디션은 뒷전이었다.

아파도 나를 들여다볼 시간은 사치였다. 나까지 챙기기엔 내게 남은 시간도, 에너지도 충분하지 않았으니까.


나의 소확행은 육퇴 후 꾸역꾸역 밀어 넣는 야식으로 대체됐고, 힐링은 아이의 웃음으로 채웠다.

주말의 리프레쉬는 아이를 위한 체험 활동으로 채워졌지만,

그 뒤에 남는 지독한 피로감은 온전히 나의 몫이었다.

그 피로를 달래줄 구멍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게 버티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나를 소홀히 한 대가는 혹독했다.


업무는 마음처럼 흐르지 않았고, 실수가 터졌다.

그 실수로 인해 회사 내 입지는 좁아졌고,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일 잘하는 것’ 하나로 자부심을 먹고살던 나에게 스스로 만든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 오점이었다.

동료들의 시선보다 나 자신을 향한 질책이 가장 가혹했다.

그렇게 1년을 버텼다.


이대로 가다간 정신병이든 과로사든, 뭐 하나는 터질 것 같았다.

다행히 남겨두었던 6개월의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휴직 후 가장 먼저 마주한 숙제는 '과체중'이었다. 출산 후 뺐던 15kg이 복직 후 다시 10kg이나 불어 있었다. 늘어난 살들은 나의 체력뿐만 아니라 자존감과 감정 조절 능력까지 앗아갔다.

임신성 당뇨를 겪어 당뇨 직전 단계였음에도, 육퇴 후 과식을 주체하지 못하는 내 모습은 참으로 나약했다.


휴직 기간 동안 글을 쓰고 운동을 시작했다.

6개월이 끝날 때쯤 10kg이 빠졌고, 죽어있던 자신감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살이 빠지니 비로소 몸의 비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병원을 찾았을 때, 나는 심각한 거북목 환자가 되어 있었다.

조금 더 쉬고 싶었지만, 나는 다시 돈을 벌어야 하는 굴레 앞에 섰다.


무얼 해 먹고살아야 할까. 전전긍긍하며 불안을 안고 사는 휴식은 마치 돌덩이를 안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글을 쓰기로 했다.

이번엔 나를 알려보자, 뭐든 남겨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키보드 앞에 앉았다.


누구나 자신만의 인생 드라마는 하나쯤 품고 산다.

그걸 조금만 정성스럽게 포장해 본다면, 나라는 사람도 제법 근사하게 세상에 알릴 수 있지 않을까.


10대에는 부모님도 포기한 방황하는 청소년이었고, 20대에는 중국어에 청춘을 바쳤으며, 30대에는 살아남기 위해 발악하며 버텼다.

이제 40대를 코앞에 둔 30대 후반의 아줌마가 되었지만, 여전히 진로 고민과 밥벌이의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어른아이'의 기록을 시작해보려 한다.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들은 먹고살기 위해 발악했던 내 발자취다.

누군가는 워킹맘의 퇴사는 깜깜한 미래의 시작이라 했지만 난 회사를 다니던 워킹맘의 종결을 새롭게 정의하고 싶다. 세상에 부딪혀 도전하는 엄마의 고군분투로.

그리고 남의 물건을 소싱해 팔던 능력을 이제 '나'라는 상품에 쏟아붓는 재소싱의 과정이기도 하다.

이 투박한 기록이 당신의 인생 드라마에도 작은 열정의 씨앗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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