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心) 풀이가 필요해
목표를 향해 전력질주한 후 뿌듯함 보다 오히려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듯한 허전함이 드는 이유.
혹시 그 일이 나에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던 것일까요? 많은 것을 포기할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인가를 자꾸만 생각해 보는 요즘입니다.
일요일 아침 나름 전투를 치른 후 천근만근 피곤한 몸을 침대에서 떼어내기가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렇게 침대와 한 몸이 된 채 오후를 맞이하고 보니, 나는 무엇을 위해 이리도 애를 쓰고 있는가 속이 쓰리기 시작했습니다.
어젯밤, 분명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일어나자마자 해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속풀이에는 역시 콩나물해장국이죠?
침대귀신에게 잡혀서 하루를 그대로 날려 보낼 수도 있었으나 그렇게 박차고 일어나 속을 풀러 근처 콩나물해장국집으로 향했습니다.
이제는 제법 깊어가는 가을...
쌀쌀한 날씨 탓인지... 허한 마음 때문인지... 잔뜩 웅크리며 종종걸음으로 해장국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마주한 콩나물해장국!!
뚝배기 안에서 뜨거운 김을 뿜어내며 펄펄 끓고 있는 콩나물해장국은 그 모습만으로도 며칠을 마셔 쓰리다 못해 아려오는 속도 말끔히 풀어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조심스레 후후 불어가며 한 수저 떠 넣는 순간!!
'역시 속풀이엔 이것만 한 게 없지...' 하는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뜨끈한 국물에 몸도 마음도 노곤노곤해지는 기분!! 거기에 알맞게 익은 깍두기가 더해지는 순간, 그야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였습니다.
어제... 하루 종일 제대로 된 끼니를 챙기지 못하고 겨우 먹은 한 끼가 평소 좋아하지 않았던 메뉴였던지라, 하루가 우울할 지경이었는데, 따뜻한 밥 한 끼로 사람의 기분이 이렇게도 좋아질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그렇게 순식간에 배를 채우고 보니, 몸도 마음도 편안하게 풀린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내가 풀어야 할 것은 마시지도 않았기에, 있지도 않은 숙취가 아니었구나!!
잘했다...
그만하면 된 거지...
이제 그만하고 내려놔도 괜찮아라...라고 스스로 칭찬하고 다독여 주는 따뜻한 마음풀이가 필요했었던 것입니다.
매일 수도 없이 반복하며 생각해 봅니다.
진짜 그만 내려놓아도 되는 것인지를 말입니다.
아직은 아니라고도 하고...
이미 놔버려야 했던 일이라고도 하고...
결론이 나지 않을 일로 속을 끓이느라...
오늘 그렇게도 콩나물해장국이 생각났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