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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순한 의도

(진짜)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by sy

"You make me wanna be a better man."


영화 [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에 나온 명대사입니다.

이 말은 제가 "좋은 사람이란?"

질문을 받을 때마다 떠올리는 말이기도 합니다.

각자 좋은 사람의 조건도 그 기준도 다르겠지만, 나에게 좋은 사람이란 저 영화의 대사처럼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도록 만들어주는 사람입니다.

물론 저에게는 그런 사람이 있고,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지금도 애쓰고 있습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의 추천으로 아무런 정보도 계획도 없이 무작정 도전했던 브런치작가!

말 그대로 정말 운 좋게도 한 번에 당선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니 작가 되는 것이 이렇게 쉬운 것이었나?' 하며 기쁜 한편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으로부터 십수 년 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리라는 부푼 꿈을 안고 도전했던 신춘문예나 동화공모전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이후, 이 길은 내 길이 아니구나 포기하고 살아온 세월입니다.

그런데 누군가 나를 '작가님'이라고 부르며 합격 축하메시지를 보내왔던 것입니다.


저는 예나 지금이나 그냥 작가라는 명칭이 좋았습니다. 아는 사람만 안다는 브런치스토리 작가이지만, 어딘가에 소속을 두고 독자가 있든 없든 그냥 그렇게 소소하게 내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냥 행복합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작가'라고 하는 그 단어 하나는, 아무것도 없는 지극히 평범했던 내 모습을 조금 더 멋스럽게 포장해 주는 것 같아 양어깨도 몇 센티쯤 올라갔던 것도 사실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작가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러주는 이곳은 지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다시 무엇인가를 꿈꾸게 만들어주는 천국이었습니다.

그것이...

... 끝이 아닌 긴 여정의 시작인 줄도 모르고 말입니다.




브런치작가와 거의 동시에 시작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춘길(모세)님의 팬카페활동입니다.


소위말하는 '덕질'의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온라인상에서 진행되는 음원 스트리밍과 각종 사이트의 응원투표, 그리고 오프 행사에서의 봉사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남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의 응원을 해보려고 고심한 끝에 선택한 것이 바로 오픈된 공간에 글쓰기였습니다.

그리하여 [브런치스토리]라는 공간에 팬레터를 연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누군가 그런 소리를 했습니다. SNS에도 온통 춘길이더니 브런치에도 춘길이야기만 쓰냐고 말입니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할 때의 다짐과 포부는 사라진 지 오래고, 소소한 이야기를 써 내려가던 이 공간은 어느 순간 은근슬쩍 춘길 가수님을 에둘러 홍보하는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게 발행된 나의 두 번째 브런치북이 [ 몰래 쓰는 팬레터_To. 춘길모세 ]입니다.


물론 구독자 숫자로 증명되는 각 분야의 크리에이터 작가도 아니고, 브런치스토리 내에서도 별 볼 일 없는 작가이기는 하지만 간혹 가수님을 알아봐 주고 응원의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 덕에 그래도 내가 무엇인가를 하고는 있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30화를 끝으로 마무리된 나의 두 번째 브런치북!

생각하면 부끄럽기도 합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독자와의 발행 약속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신뢰를 잃은 작가이지만, 글이 발행되면 하트를 눌러주시는 작가님들 덕에 조금 더 힘을 내볼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브런치북이 마무리가 된 지금, 이제야 마음의 여유를 갖고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내가 진짜로 쓰고 싶은 글이 무엇인가를 말입니다.


초심(初心) : ‘처음에 먹은 마음’ 또는 ‘처음에 가진 마음’을 뜻하며, 어떤 일을 시작할 때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의도


나에게 있어서 초심이란 무엇이었나?

글 쓰는 것이 좋았던 것인지, 단순 작가라는 타이틀이 좋았던 것인지도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 쓰는 것을 놓고 싶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재능이라는 것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심지어는 계속해야 하는 지도 의문이었던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 작년 성수동 브런치스토리 팝업스토어에서 눈에 들어온 정문정 작가님의 글귀가 안주하고 있는 내 모습을 책망하는 듯했습니다.

"재능으로 쓰지 말고 재능이 생길 때까지 쓰라!"


처음 작가가 되어 2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내가 진짜로 쓰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생각을 하다니...

많이 늦은 감이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짜 나를 위해서 써 내려갈 앞으로의 글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잘은 모르겠지만, 조금은 순수하지 못했던 목적을 가진 글이 아니라, 진짜 나의 이야기를 펼쳐내 보자 다짐을 해봅니다.

예전부터 춘길 가수님은 팬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나는 여러분 인생에서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 아닙니다. 힘들 때 잠깐 쉬어갈 수 있는 접지선 같은 존재입니다." 더불어 가수님을 위해 자기 인생을 희생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응원이 즐거울 리 없으니, 스스로를 돌보는 팬의 모습을 원했던 가수님입니다. 이제는 나를 돌아보며 나를 좀 더 아끼길 바라는 가수님, 좋은 사람이 맞는 것 같습니다.


가수님을 응원하기 위해서, 그리고 가수님 앞에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진짜 작가가 되어보려고 합니다. 처음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을 때처럼 아직 명확한 계획도 없고, 물론 특출 난 재능 또한 없습니다. 다만 정문정 작가님이 붙들고 있었다는 그 문장을 저도 의지해보려고 합니다. 재능이 생길 때까지 하려면 아마도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요?


마지막으로 춘길 가수님이 항상 하는 인사멘트가 있습니다.

글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축복의 의미로 남겨봅니다.


언제나 입춘대길!

오늘도 꽃피는 춘길만 걸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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