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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 Nov 02. 2023

나의 덕후일기

3. CD선물과 이어폰

선물....이라는 것...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기분 좋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이 바로 선물이다.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는 연예인들은 좋든 싫든 팬들로부터 여러 가지 선물들을 받게 된다. 그 선물이 고가의 명품일 수도 있고, 한 땀 한 땀 장인 정신과도 같은 수많은 노력과 정성이 들어간 무엇일 수도 있다.

예전 영상들 속에 등장하는 추억 돋는 손편지나 종이학들은 수많은 정성이 들어간 선물임에는 분명하지만, 요즘 그런 선물을 준다면, 처치곤란의 어떤 물건이 되어... 정말 고마운 마음만 받고 싶을 수도 있다.


지금으로부터 5~6년 전, 경연프로로 만들어진 프로젝트 아이돌 그룹의 센터 강모 군을 덕질하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 공식 팬카페 대신, 인기를 얻어가는 중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여러 개의 팬카페가 있기는 했으나 내가 주로 활동을 한 곳은, 어쩌면 팬카페보다 더 열정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 갤러리였다.


그 당시 내가 팬카페보다 갤러리를 선호했던 이유는, 갤러리에서는 여러 가지 고화질 사진이나 영상을 손쉽게 구할 수도 있고, 나가고 들어옴의 제약도 없을뿐더러 익명이 보장이 되는 동시에, 누구에게나 오픈되어 있는 그 시스템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강모 군에게 생일선물로 갤러리에서 들어간 선물만 해도 억대가 넘었다. 여러 가지 명품으로 가득한 선물 리스트를 보고 정말 입이 떡 벌어지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팬들에게 받은 선물들은 공연에서나, 방송 출연할 때 소위 인증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옷이나 액세서리 등등 한 번은 입고 착용해 주는 것이 소위 팬들에 대한 예의이며 감사함의 표현인 것이다.

전에 모 연예인은 팬이 선물한 것을 자기 여자친구에게 주었고, 그 여자친구가 당근마켓에 팔다가 들킨 유명한 일화가 있다. 선물을 준 팬에 대한 기본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분은 주중에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한다.

매일 하는 것은 아니나 일주일에 평균 두세 번의 라이브방송을 하는데 상당히 긴 시간을 진행한다. 혼자 세 시간 이상을 노래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나 그 시간을 기다리는 팬을 위한 고마움의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라이브 방송 중에 들었던 수많은 인생역경이야기들이야 글로 풀어내면 몇 권의 책이 나올 정도라고 이야기하지만, 어디 굴곡이 없는 인생이 그리 많을까 싶다. 하다못해 내 인생만 하더라도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데뷔전에 행사를 다니면서 불렀던 이성민 님의 [사랑해 마지막 그날까지]라는 노래 이야기가 나왔다. MR을 아무리 찾아도 없다고 하면서 예전 CD속에는 그 MR이 들어있다며 라이브 방송 중 CD를 검색하여 구매하려는 참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방송을 보면서도 참 이상하다 싶긴 했는데, 가끔 뭐에 꽂히면 혼자 무언가를 그렇게 사부작대며 빠져있기도 했으니 그냥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다.

예스 24에 이성민 님의 CD가 있다고 구매하려고 하니 회원가입이 안되었다는 것... 방송 중에 회원가입을 하고 구매하려고 하니 매진이란다. 어떤 분이 댓글로 당근마켓에서 구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쓰셨다.

어쨌든...

그렇게 라이브 방송은 끝이 났다.




잠을 자려고 누웠다가 문득 그 CD생각이 다.

혹시나 싶어서 전에 이분의 1/2/3집 CD를 구매했던 네이버를 검색해 봤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미개봉 CD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결제를 했다. 그리고 혹시나 팬카페 분들 중 누군가가 나처럼 CD를 구하지는 않을까 염려가 되어 카페 게시판에 이미 내가 구해서 결제를 마쳤고 배송을 기다리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댓글이 달리며 반응은 뜨거웠다. 이분이 원하는 CD였고, 데뷔이전 불렀던 노래를 원곡자 버전으로 부르고 싶어 했는데, 그 귀중한 MR이 들어있는 미개봉 CD를 내가 운 좋게 구했기 때문이다.


도착 전까지 조마조마했다. 혹시나 주문이 취소가 될까 봐...

그 시간을 참지 못하고 판매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통화 연결이 되었고, CD배송이 가능한지를 문의하니 주문완료가 되었다면 배송가능할 거라고 확실히 알아보고 전화를 주겠다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왔다. 진열해 두고 판매했던 CD라서 사이드 부분이 색이 바랬는데 괜찮냐고 물었다.

당연히 괜찮지~~ㅋㅋ

너무 괜찮다고 무조건 보내달라고 하니, 판매하시는 분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다음날 배송완료가 되었고, 나에게로 온 CD는 그분에게 무사히 선물로 줄 수가 있었다.


서울 행사에서 만나 직접 전달을 하였고, 인증사진까지 직접  찍어주었다.


[ CD선물 인증사진 셀카로 찍어주심 ]



행사 후 첫 유튜브 라이브방송에서, 방송을 마무리하며  CD이야기를 꺼내셨다. 본인이 구하려고 하다 실패한 것을 00 님이 사 오셨다고. 그래서 전에 라이브방송에서 팬들에게 주겠다고 했던 이어폰과 물물교환하기로 했다고 말이다.


한번 착용하고 노래 한곡을 부르고는 방송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며 팬에게 주겠다고 했던 그 이어폰...

똑같은 미개봉 이어폰이 하나가 더 있었지만, 나는 당당히 쓰던 이어폰으로 달라고 이야기를 했고, 라이브방송에 들어와 있던 여러분들의 반응이 재미있었다.


이어폰은 그렇게 받기로 했다. 이 정도면 성덕이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사랑해 마지막 그날까지] 노래도 직접 러주었다. 98년도 노래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듣기가 좋았다.



그렇게 나는...

이걸 좋아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받을 사람이 좋아할 거라는 확신이 드는 선물을 준비하며, 그것이 주인에게 전달되기까지 참으로 설레기도 했다.





그런데요... 모세님~~

주신다는 이어폰이요...

C타입 이어폰이 아니더라고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미 젠더는 구매했습니다. 얼른 보내주세요.

주신다고만 하고 언제 어떻게 주신다는 것인지 말씀을 하셔야죠....ㅠ.ㅠ


나는 또 그렇게 그분이 약속을 지킬 날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을 테다...

어떤 시인은 찬란한 슬픔의 봄을 기다린다고 하였는데,

나는 언제 줄지도 모를 그 이어폰을 그렇게 마냥 기다리고 있다.


그래요... 언젠가는 주시겠지요... 네...



[ 라이브 방송에서 언급하신 CD/ 물물교환 하기로한 이어폰 ]


<< 유튜브 방송 중 부르신 노래영상과 화면캡처 사진은 모세님의 사용허락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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