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 퀴진을 빛낸 4명의 위인들

섞어 놓고 보니 맛있는 음식들의 이야기

by 이마루

퓨전 요리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몇 인물이 있다.

Norman Van Aken, Ichiro Mashita, Roy Choi, Alvin Leung, 등.


그들의 출발점은 제각각 달랐다.

미국 남부에서 ‘퓨전(Fusion)’이라는 단어 자체를 요리에 붙인 사람,
보수적인 일본의 미식 문화에서 벗어나 캘리포니아 롤을 만든 셰프,
푸드트럭으로 거리에서 불고기 타코를 팔며 한류 푸드를 대중화한 인물,
전통 중화요리에 분자 요리를 결합해 “악마 셰프”라 불린 혁신가.

하지만 이들을 하나로 묶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민자 배경과 다문화 사회라는 토양이다.


네 명의 셰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국경을 건너는 경험을 했다.

Norman Van Aken은 미국이라는 다인종 사회에서

서로 다른 문화가 부딪히는 접점 속에서 ‘퓨전’이라는 개념을 언어로 정립했다.

Ichiro Mashita는 일본에서 정교하지만 고전적인 방식을 배워왔지만

로스 앤젤레스라는 다문화 도시에서 생각을 넓힐 수 있었다.

Roy Choi는 한국 이민자 가정에서 성장하며

미국의 길거리 음식에 한국의 집밥을 자연스럽게 이어 붙였다.

Alvin Leung은 영국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자라며

전통을 추구하는 중화요리에 혁신을 추구하는 조리법을 연결했다.


이민자 혹은 다문화 사회라는 배경이 없었다면

그들의 요리는 세상에 등장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퓨전 요리는 결코 연구실 안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길거리, 이민자 마켓, 다양한 국적의 친구와 함께한 저녁 식탁.
이런 일상 속에서 서로 다른 문화가 포개지는 순간이 발생하고
그 순간이 요리사들에게 새로운 조합의 가능성을 일깨운다.


다문화 사회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실험실이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캐나다의 밴쿠버, 홍콩과 런던 같은 도시가
지금까지 퓨전 퀴진의 무대가 된 것도 그 때문이다.


네 명의 셰프들은 모두 요리를 넘어선 문화 아이콘이 되었다.

그들이 만든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만나는 방식”을 보여주는 상징이 되었기 때문이다.


Norman Van Aken은 퓨전을 언어로 정리함으로써 이 모든 흐름을 설명할 수 있는 틀을 남겼다.

Ichiro Mashita의 캘리포니아 롤은 세계인의 스시 입문 음식이 되었고,

Roy Choi의 푸드트럭은 퓨전 퀴진이 거리에서 스타덤에 오를 수 있음을 증명했다.

Alvin Leung의 분자 중식은 아시아 전통이 미래적 실험과 손잡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결국, 퓨전 요리를 가능케 한 건 국경을 넘어온 사람들이다.

그들이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환경 속에서 얻은 경험을 조합했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음식이 세상에 등장했다.


요리의 세계에서 “섞으면 맛있을까?”라는 질문은
곧 “문화는 어떻게 만나는가?”라는 질문과 같다.

그리고 네 명의 셰프는 각자의 접시 위에

가장 나다운 대답을 담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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