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번역가] 앨빈 렁

“악마 셰프의 실험실” – 앨빈 렁과 분자 중식

by 이마루


홍콩의 어느 고급 레스토랑.
메뉴판에는 익숙한 단어들이 적혀 있다.
차슈, 샥스핀, 완탕...
그런데 그 옆에는 낯선 설명이 붙어 있다.

“샥스핀? → 상어 지느러미가 아닌 가짜 젤로 만든 요리”
“완탕? → 국물 없이 한 입에 터지는 스프 캡슐”


오늘의 주인공은 키친을 화학 실습실로 쓴 셰프의 이야기다.


앨빈 렁 (Alvin Leung)

캐나다에서 자란 홍콩계 교포인 앨빈 렁은 원래 엔지니어였다.

요리 비전공자인 그의 첫 식당의 뒤에는 두가지 신념이 있었다.

중화요리도 고급 미식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믿음과

전통을 초월한 중화요리의 매력을 어필해보겠다는 믿음.


그는 홍콩에 Bo Innovation이라는 레스토랑을 열고,
전통 광둥 요리를 분자요리 기법으로 재해석했다.


그의 가장 유명한 요리 중 하나는

Sex on the Beach라는 이름을 가진 디저트다.
접시 위에는 모래처럼 보이는 크럼블과
그 위에 놓인 콘돔 모양의 젤리가 있다.

다소 충격적인 비주얼이지만, 놀랍게도 요리의 모든 요소가 식용이다.

비주얼 만큼이나 놀라운 점은 앨빈 렁의 메세지였다.

이 요리로 발생한 수익 전액을 성병 예방을 위한 자선 단체에 기부한 것이다.


앨빈 렁의 또 다른 상징적인 시도는

샥스핀 수프를 대체하는 요리였다.
실제로 상어 지느러미가 들어가지 않은 샥스핀이었다.

그는 국제적인 화제가 되는 상어 지느러미 남획 문제를 해결하고,

전통의 맛을 현대적으로 재현하고자
해조류와 젤라틴을 사용해 질감과 맛을 흉내냈다.


“중식은 박물관에 있지 않다”

그는 이를 통해 음식도 예술이자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앨빈 렁의 Bo Innovation은

미슐랭 3스타를 받은 몇 안 되는 중식 레스토랑이 되었고,
그의 방식은 홍콩뿐 아니라 캐나다, 영국 등 다양한 무대에서 주목받았다.

그는 전통을 파괴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안의 본질을 지키면서 형태와 표현만 새롭게 만든다.

그게 바로 분자 중식의 매력이다.

가장 오랜 시간을 거쳐온 음식과 가장 현대적인 조리법

앨빈 렁은 그 접점에서 음식을 예술로, 그리고 대화의 장으로 만든 인물이다.


“섞으면 맛있을까?”

그는 중식의 과거와 미래를 접시에 담아 현대인들이 들어 마땅한 메세지를 전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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