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섞으면 맛있을까] 4화

냄새 때문에 안 팔리는 음식들 – 향과 기억의 벽

by 이마루

식당 문을 열기도 전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사람들이 있다.

"아, 여기 뭐가 이렇게 셔."
"냄새 너무 쎄다."
"못 먹겠어, 나갈래."

그런 장면은 식당이 아니라

기억 안에 있는 향 앞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냄새는 설명되지 않는다.
냄새는 이유가 없다.

그런데 냄새는
가장 빠르게 반응하고,
가장 깊게 기억되며,
가장 천천히 바뀐다.

청국장, 두리안, 홍어, 취두부...
모두 강한 향을 가진 음식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아직 세계화되지 못했다.

맛의 문제라기보다는
향의 거부감이 문제다.

‘세계 어디서나 먹히는 음식’에는 공통점이 있다.
냄새가 낯설지 않다.

피자, 치킨, 파스타, 커리, 볶음밥, 부리토…
이 음식들은 조리될 때의 향이
“식욕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청국장이 끓는 냄새는
그 나라에서 자라지 않았다면
대부분에게는 식욕을 꺾는 신호에 가깝다.

후각은 미각보다 훨씬 오래 기억된다.
게다가 그 기억은 감정과 직접 연결된다.

사랑했던 사람의 향수,
어린 시절 집안에서 밴 된장의 향,
병원 소독약 냄새,
첫 해외여행 비행기 안 기내식 냄새.

이건 단순한 ‘냄새’가 아니라,
그때의 감정이다.

그래서 향이 강한 음식은
단순히 거부당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배척당한다.

"이 음식이 싫다"가 아니라
"이 음식이 나를 불편하게 한다"라는 거부다.

퓨전 요리는 그 벽을 넘으려 한다.
하지만 향이 남아 있으면
맛을 바꿔도 벽은 그대로다.

그래서 퓨전 요리는
냄새를 누그러뜨리는 기술을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

불에 더 오래 볶고,
소스에 묻히고,
향신료를 중화시키고,
다른 식감으로 주의를 돌리며.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는 때로
그 음식의 정체성까지 희석시킨다.

냄새를 없앤 청국장은 과연 청국장일까?
코를 막은 채 먹는 두리안은 두리안일까?

향은 문화의 경계다.
어떤 향은 통과증이 되고,
어떤 향은 입국 거절이 된다.

나는 요리를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향 때문에 포기했던 음식들,
그리고 향 덕분에 기억나는 음식들이 있다.

그 기억들이
훗날 다시 도전하게 만들고,
때로는 나도 모르게 음식의 편견을 갖게 만든다.

섞는다는 건 맛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억과 감정의 구조까지 건드리는 일이다.

이런저런 기억들을 섞다 보면
퓨전이라는 탐험이 더 재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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