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보낸 여름 (2)

함께 처음 떠난 여행

by 현현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과 성인이 되어 또 다른 추억을 만들러 떠나는 길은 설렜다. 6월의 끝자락에 간 3박 4일 부산 여행.


7월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2박 3일 부산 여행.

하고 싶은 게 다르고, 꿈이 다르고, 각자하고 있는 일 때문에 이제는 학교 다닐 때처럼 오랜 시간 붙어 있을 수 없는 친구들.


여행은 내게 낯선 단어였다. 가보고 싶긴 하지만 언제 갈지 모르는 막연한 것. 막연하게 대학교 졸업하기 전에는 가겠지 싶었는데 의도치 않게 이번 여름에 두 번이나 가게 됐다.


인간관계가 그리 넓지 않은 내가 한 계절에 여행을 두 번이나 떠난다는 건 꽤 특별했다. 한 번은 KTX, 한 번은 비행기. 목적지는 같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이 달랐고, 그 속에서 나는 오랜만에 새로움을 맛봤다.


3박 4일 여행은 꽤 애를 먹었다. 부산에 가까워질수록 어서 오라는 듯 반겨주는 휘몰아치는 바람과 비. 흰 여울 문화 마을에 가서 사진 찍기로 한 계획이 어그러졌다.


먹으려 정해놨던 식당은 휴무라 비바람에 캐리어를 끌고 식당 찾아 나서기 바빴다.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던 시간이지만 친구들 얼굴에 슬슬 지친 기색이 보이기 시작했다.


흐린 날씨, 지친 표정들. 이대로 여행이 끝나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다행히 우리는 돼지국밥을 먹고 정신을 차렸다. 사진 대신 케이블카를 탔고, 계획에 없었던 케이블카는 좋았다.


높이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떨어지면 짚어 삼킬 것 같았고, 빌딩을 반이나 짚어 삼킨 안개는 그 속에서 무언가 튀어나올 것 같다는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첫날을 시작으로 보수동 책방 거리, 감천 문화 마을, 해리단길, 부산 롯데월드까지. 3박 4일을 알차게 보냈다.


얼마 있다 다시 간 2박 3일 부산 여행은 첫날 도착했을 때 비가 반겨준 것 말고는 모든 게 달랐다.


처음에는 뭐랄까, 물음표가 가득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빠져들었던 양조장에서는 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듣고 맥주를 시음했다. 평소에 먹던 맥주 맛이랑은 완전히 달라서 먹으면서 놀랐다. 씁쓸하면서 향도 진하고.


둘째 날은 3박 4일 부산으로 놀러 왔을 때 못 탔던 해운대 블루라인 스카이 캡슐을 탔다. 날씨가 좋으면 확실히 풍경도 더 예쁠 것 같아 나중에 또 오게 된다면 다시 타고 싶었다. 날씨가 흐려서 풍경이 아쉽긴 했다.


생각보다 느려서 당황했지만 느림이 오히려 이야기할 시간, 풍경 감상할 시간을 주는 것 같아 천천히 시간에 몸을 맡겼다. 왼쪽은 산과 사람들이 사는 집, 오른쪽은 넓고 넓은 바다. 고개만 돌렸을 뿐인데 달라지는 풍경이 새로웠다. 푸릇함과 넘실거림의 반복을 눈에 담았다.


바다를 오랜 시간 볼 수 있는 기회가 잘 없었는데 요트를 타면서 많이 해소했다. 광안대교, 반짝이는 빌딩들, 넘실대는 바다, 바다 냄새를 불어다 주는 바람까지. 안 해본 것 투성이었고, 더 보고 싶은 것도 많았다.


바다에 발을 담그면서 생각했다. 밀려 들어오고, 다시 빠져나가는 바다처럼 내 시간, 기억들도 어떤 건 남아있고, 또 다른 기억 역시 들어왔다 또 빠져나가겠지.


첫 여행, 첫 시작, 첫 선물, 첫 느낌, 첫...


첫에서 시작하는 어쩌면 모든 것이 또 다른 설렘과 행복을 가져다주고, 우리는 그 기억 덕분에 또 다른 행복을 찾으러 떠난다. 3박 4일 여행, 2박 3일 여행. 비 오는 날, 화창한 날을 모두 경험했고, 오랜만에 익숙했던 곳에서 잠시 떠나 맞이한 일들은 새로움을 가져다줬다.


늘 이렇게 내가 원할 때 보고, 먹고, 즐길 수만 있다면 좋겠다 생각했다. 조금 있으면 끝나는 방학이 아쉽고, 아직 오지 않은 또 다른 일들이 겁나지만 이 시간 속에 잠시라도 머무를 수 있게 돼서 좋았다.


이번 여름은 내게 조금 더 특별하게 기억될 듯하다.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있어 좋았던 시작, 비행기 창문 너머로 본 가득한 구름, 오랜만에 발을 적시고 간 시원한 파도, 푹푹 밟은 대로 바다가 덮치기 전까지 그 자리 그대로 남아있는 내 발자국까지.


오래오래 꾹꾹 눌러 담고 싶었던 순간 하나하나가 뭉게뭉게 기억 속에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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