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보낸 여름 (4)

누군가를 묻는 일

by 현현

무더위가 점점 심해질 때쯤 알고 있던 누군가를 묻기로 했다.


원한 건 아니었으나 상대는 모든 마음을 정리한 상태였고, 나 역시 받아들여야 했다.


손절.


주식 시장에서 쓰이는 말로 '손해를 보더라도 적당한 시점에서 끊어낸다'는 뜻이다.


오래 알고 지낼 거라는 생각이 무색하게 끊어지는 건 한 순간이다.


말로 풀면 해결될 거라는 생각과 다르게 상대는 빠르게 내 존재를 지워냈다.


일방적으로 끊어낼 정도로 감정이든 시간이든 내어 줄 생각이 없다는 게 허탈했달까.


대화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지만 말 섞기 싫을 정도로 보기 싫었다면 할 말은 없다.


나는 당황스러울지라도 상대는 어떤 생각인지 모르기에.


끝내자는 통보에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묻어 두는 수밖에.


지나치고 싶다는데 비켜 드려야지.


이번 여름은 같이 보내는 대신 잊기로 했다. 추억할 만한 여름 기억이 묻힌다. 같이 찍은 사진을 보는 마음이 더 이상 즐겁지 않다. 예전과 달라진 마음에 기분이 가라앉는다.


그 해 여름, 친구의 인생에서 나는 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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