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길쭉길쭉 네덜란드_1

강 위에 쌓은 댐에서 시작된 도시 암스테르담

by 우당퉁탕세계여행

벨기에에서 유럽 첫 캠핑 이후 독일로 잠깐 넘어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 피터줌터의 건축물을 하나 보고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으로 향했다. 네덜란드는 지리적으로 독일, 벨기에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북유럽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 부부는 이번여행에서 29번 암스테르담과 30번 로테르담을 여행했다.

네덜란드는 몇 가지 유명한 특징이 있는 나라다. 이전 배낭여행 때도 네덜란드를 여행했었는데 그때도 너무 키 큰 사람들이 많아서 약간 주눅 들었던 기억이 있을 만큼 세상에서 평균 신장이 가장 큰 나라다. 이번에 암스테르담에서 머물던 숙소에서 자전거를 빌려줬는데 안장을 가장 낮게 조절해도 발이 닿지 않아 고생한 기억이 있다.

국토의 1/4 이상이 해수면보다 낮은 특징을 갖고 있다. 땅이 필요했던 네덜란드는 호수나 바다를 막고 물을 퍼내어 간척지를 만들었다. 물을 퍼낼 때 사용한 것이 풍차이고 그 간척지에서 재배된 것이 튤립이다.

네덜란드는 해상무역 중심의 나라였고 개방성이 뛰어나다. 세계무역의 중요한 역할을 했던 동인도회사를 처음 설립한 나라가 바로 네덜란드였다. 포르투갈이 개척한 항로를 통해 무역과 금융으로 세계를 연결했다. 원래 원산지가 중앙아시아인 튤립이 네덜란드에서 유명해진 것도 그 시대 무역의 상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해상무역 중심의 나라라서 외부 문화와 사람, 사상을 차단하기 어려웠던 점은 개방성을 중요시한 실용적 통치방식으로 이어졌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고 성매매업을 합법화한 나라가 네덜란드이다. 현재는 일부 나라에서 합법화가 된 대마도 네덜란드는 관용정책으로 불법이지만 처벌하지 않았고 소량소지와 판매는 묵인하면서도, 광고하는 것과 미성년자가 피우는 것을 금지시키는 엄격한 규칙을 적용했다.

암스테르담의 유명한 관광지인 홍등가와 커피숍에서 파는 대마는 성매매와 대마를 허용했다는 의미보다는 사회적으로 통제 가능한 영역으로 가장 먼저 제도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쉽지 않음에도 문제를 숨기지 않고 관리하겠다는 그들의 선택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축구를 좋아하는 나는 오렌지군단 네덜란드가 익숙하다. 이번 브런치 글을 준비하며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이 있는데 오렌지군단의 오렌지가 과일이 아니라 한 가문의 이름이라는 사실이다. 네덜란드 날씨에서는 오렌지를 키울 수 없다.

16세기 네덜란드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빌럼 1세(William of Orange)가 오렌지 가문 사람이었고 그 가문을 상징하는 색이 오렌지 색이라고 한다.

북유럽 여행을 염두에 두고 있던 터라 4박 5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여행했지만 알차게 여행했던 2024년 9월 초의 네덜란드 여행기록이다.




암스테르담 (Amsterdam)


네덜란드의 수도인 암스테르담은 약 100km 이상의 운하로 이루어진 해수면 이하의 도시다. 서울의 1/3 정도 되는 규모의 도시로 인구는 약 90만 명이라고 한다. 도시 설계 자체가 자전거 중심으로 되어있어 인구수보다도 자전거가 많을 정도로 정말 많은 자전거를 볼 수 있었다. 차량보다 자전거가 많고 인구밀도가 높지 않다 보니 파리나 바르셀로나 같은 유럽의 유명한 도시들보다 복잡하지 않아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여행할 수 있었다.

암스테르담 시내에서 차로 약 사십 분 정도 걸리는 알크마르라는 동네에 숙소를 잡았다. 어차피 차량으로 이동을 하기 때문에 외곽에 있지만 컨디션이 더 좋고 가성비 있는 숙소를 구할 수 있었다. 저녁쯤에 숙소에 도착해서 한국에서 왔다는 우리말을 듣고 북한 김정은과 나폴레옹 얘기를 하며 키도 작고 뭐 다른 것도 작은놈들이라며 재미없는 농담을 하던 숙소 아저씨에게 간단한 집 설명을 들었다.

저녁 준비를 하기 위해 바로 근처 큰 마트를 갔는데 이번여행에서 처음으로 혼자 움직였다. 항상 둘이 붙어 있다가 혼자 장을 보러 나오니 뭔가 어색하면서 두려움도 있었지만 결국 해냈다는 성취감에 뿌듯했다.

이제 유럽에서는 비싸긴 해도 한국라면정도는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도 아직 한식재료를 찾기는 힘들어 카레에 들어갈 채소와 역시 네덜란드라 그런지 유난히 길어 보이는 소시지를 샀다.




스파이케니서 공공도서관

(Spijkenisse Public Library)

네덜란드에서의 첫번째 일정은 건축물 탐방이었다. 구글 지도에 저장되어 있던 유명 건축가들의 사진을 보면서 일정을 정하던 중 눈에 띄는 건물이 있어서 가게 되었다. 2012년에 완공된 건물로 네덜란드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설계사무소 MVRDV에서 설계한 건물이다.

유리로 된 피라미드 형태의 건물로, 내부 서가가 외부에서도 보이도록 설계되어 투명성과 개방성을 강조하며, 도서관을 도시의 상징적 랜드마크로 만든 사례로 평가되는 건물이다.

어떤 행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도서관에 주차를 못하고 근처 노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걸어갔다. 일반적인 책 대출 외에도 여러 이벤트와 워크숍이 열리는 등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히 열리는 공공커뮤니티 역할을 하는 도서관이라고 한다. 저층부의 붉은색 벽돌과 상층부의 투명한 유리 파사드가 대비를 이루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지상의 상업 및 주차공간과 도서관 영역을 기능적, 시각적으로 분리시켜 놓은 모습이었다.

내부에 들어서니 왜 이 건물의 별명이 Book Mountain (책의 산)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네덜란드의 전통적인 농가 Stolpboerderij에서 영감을 받아 형태를 구성했다고 한다. 공공도서관답게 지역주민들 뿐만 아니라 여행객들도 자유로운 출입이 가능했다.

출처 - 구글

지붕의 형태를 지지하는 거대한 목구조를 유리 외피가 감싸고 있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었다. 유리 외피 덕분에 자연광이 풍부하게 내부로 유입되며, 내부 공간 전체가 밝고 개방적으로 느껴졌다. 외부에서 봤을 때는 온실효과 때문에 더울 줄 알았는데 태양열 조절을 위해 온실용 차광막과 자연 환기 시스템 등이 함께 적용되어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하고 있었다.

책의 산 형태의 동선은 480m에 달하는 연속 동선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이 길은 건물 내부를 나선형처럼 감아 올라가며, 책장과 책을 꺼내어 읽을 수 있는 공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있었다. 이 동선은 넓은 계단과 플랫폼이 서로 연결된 구조로, 중앙의 산처럼 된 책장 주변을 따라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모든 층을 방문하고 책들을 열람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커다란 화분에 심어져 있는 식재들과 은은한 자연광이 앉아서 독서를 하고 싶은 분위기를 형성해 주고 있었지만 읽을 수 있는 책이 없어서 공간들만 눈에 담았다.

건물 중앙의 책의 산을 이루고 있는 책장은 인테리어 요소뿐만 아니라 난간과 벽, 동선을 만들고 있었다. 일반적인 건물의 도서관이 정적이고 좌석중심의 책만을 읽는 독서의 형태라면 스파이케니서 공공도서관은 탐색과 이동을 통한 시선의 변화로 좀 더 자유로우면서도 편안하게 책뿐만 아니라 공간을 읽는 재미가 있었다.

어쨌든 스파이케니서 공공도서관도 용도는 도서관이라서 정숙하고 차분한 분위기이지만 특별한 공간이 주는 분위기는 정숙함 위에 긴장이나 위압감이 얹히기보다는, 공간을 거닐며 자연스럽게 책과 마주하게 만드는 여유로 이어진다.

여기에서 공부하면 좀 더 훌륭한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만 같은 도서관이었다.




잔세스칸스 (Zaanse Schans)


네덜란드에서 풍차로 유명한 마을 중 하나이다. 숙소에서 암스테르담 가는 길에 위치해 있었는데 인기가 많은 관광지라서 사람도 많고 주차하기도 쉽지 않았다. 와이프랑 함께 오니 샌드위치 하나에 우유를 들고 방문했던 예전 배낭여행때와는 전혀 다른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은 관광지로 변모해 풍차가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지는 않지만, 이곳의 풍차는 해수면보다 낮은 땅을 개발하기 위해 물을 퍼내고 수위를 조절하던 핵심 설비였다. 바람이라는 불안정한 자연조건을 동력으로 삼아 지속적으로 배수를 이어간 결과, 네덜란드에서는 땅을 얻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기술이자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잔세스칸스의 풍차는 전통 경관을 구성하는 요소이기 이전에, 국토를 유지하기 위한 실질적인 인프라였음을 보여준다.

초록색 잔디와 파란 하늘, 그 사이에 서 있는 오렌지색 풍차가 마을을 둘러보는 내내 편안한 기분을 만들어 주었다. 잔 지역(Zaanstreek) 곳곳에 있던 풍차와 건물을 한 곳에 모은 인위적으로 구성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풍경은 과하지 않았고, 마을 자체도 단정하고 잘 정돈된 인상을 주었다.

몇몇 풍차는 내부에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두어 실내를 직접 둘러볼 수 있었는데, 풍차가 단순한 상징물이 아니라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우리가 타지는 않았지만 인당 12유로를 내면 강에 직접 나가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보트투어도 있었다.

바람이 많이 불지는 않아서 힘차게 돌아가는 풍차는 없었지만 존재만으로도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역시 관광의 마무리는 기념품이다. 시식이 가능했던 여러 가지 맛의 치즈와, 네덜란드가 원산지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작은 미피(miffy) 인형 키링을 구매했다. 헬로키티보다 19년 선배인 미피는 1955년생으로 점으로 찍힌 두 눈과 엑스자 입이 특징인 토끼다. 창작자인 딕 브루나가 아들에게 들려주던 잠자리 이야기에서 시작됐는데, 휴가 중 아들에게 즉석에서 만들어준 토끼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옮긴 것이 첫 출이라고 한다.

전통 나무 신발 클롬펜(klompen)도 눈에 띄었지만, 너무 짐이 될 것 같아서 결국 구경만 하고 지나쳤다.

잔세스칸스는 암스테르담에서도 가까워서 반나절 정도 여유롭게 돌아보면 좋을 것 같다. 동선도 단순하고 평지여서 돌아다니기에도 좋았고 특색 있는 기념품들을 비교해 보고 구매하기가 좋았다.



인텔 호텔 암스테르담 잔담

(Inntel Hotels Amsterdam Zaandam)


잔세스칸스 인근에 잔담이라는 도시를 들렀다. 점심도 먹을 겸 아주 독특한 외관의 호텔을 보러 갔는데 독특한 외관 덕분에 이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되었다고 한다. 개별주택처럼 보이지만 내부 공간은 하나의 호텔이라고 한다.

사실 건물 자체는 우리 부부의 취향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쇼핑몰과도 연계되어 있어 풍차마을을 둘러본 뒤 잠깐 들러 식사하기에 좋았다. 관광 동선 중간에 자연스럽게 끼어 있는 상업 공간이라 이동에 부담이 없었고, 잠시 쉬어가기에도 적당했다.



암스테르담 에르메스 매장

(PC Hooftstraat, Crystal Houses)


당일에 계획하고 움직이는 여행이 쉬울 리 없다. 암스테르담 시내에 위치한 반 고흐 미술관에 예약도 안 하고 찾아갔다가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당일에 입장가능한 표가 없어서 내일 표를 예매하고 근처를 돌아보았다. 마침 인근에 MVRDV가 설계한 에르메스 매장이 있다고 해서 가보았다.

전통적인 암스테르담 주택의 벽돌 형태를 유리벽돌로 재해석한 파사드가 핵심 디자인인데 Crystal Houses라고 불린다. 일반 커튼월이 아니라, 실제 벽돌과 동일한 크기와 비례의 유리벽돌을 개발하여 각각의 유리벽돌을 접착제로 쌓아 구조적 안정성까지 확보했다고 한다.

멀리서 보면 작은 스케일의 벽돌 입면이 주변 건물들과 자연스럽게 이어져 도시 미관을 해치지 않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저층부는 전혀 다른 재료인 유리벽돌을 사용해 개방성과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도시의 연속성을 끊지 않으면서도, 현대적인 재료와 완성도를 통해 에르메스가 중요하게 여기는 장인정신이 자연스럽게 읽히도록 한 건물이다.

내부는 살게 없어서 들어가지 않았다.

아니 들어가지 못했다.




하이네켄 박물관

(Heineken Experience)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네덜란드 맥주 하이네켄에 관련된 박물관이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고흐 미술관에서의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미리 예매한 뒤 찾아갔다. 하이네켄 박물관(Heineken Experience)은 암스테르담에서 브랜드, 건축, 산업 유산이 결합된 대표적인 사례로, 단순한 전시 공간이라기보다 과거의 양조장을 체험형 문화 공간으로 전환한 프로젝트에 가깝다.

같은 건물에 주차를 할 수 있었는데 주차를 하고 나서 건물과 이어지는 문을 찾지 못해서 한참을 해 맨 후에야 겨우 입장할 수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하이네켄 특유의 초록색 유리병이 천장에 가득 매달려 있다. 시간대 별로 투어가 지정되어 있는데 투어 시작장소에 다 같이 모여서 가이드와 함께 출발한다.

1900년에 처음으로 만들어진 맥주병 중 하나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해맑은 아저씨의 미소가 담긴 사진을 보면서 하이네켄의 역사와 전통에 대한 설명이 계속 됐다.

원래 맥주는 마을 양조장에서 만들어 그 지역에서 소비되는 술이었다. 하지만 맥주병의 발명으로 맥주 품질을 유지시킨 채 다른 지역으로 운송이 가능해졌고 표준화된 병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으며 뚜껑을 씌울 수 있어서 위생적으로 보관이 가능해진 것이다.

원료부터 발효, 병에 담기는 단계까지 동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가이드가 투어 중간에 영어로 설명을 해주기는 하는데 잘 알아듣지 못해도 동선을 따라 같이 걷다 보면 맥주가 만들어지는 공정에 대한 대략의 흐름이 이해되는 방식이다. 전시장 한쪽에는 예전에 맥주를 만들 때 실제로 사용되던 기계들도 남아 있었다. 활발한 성겨

체험형 프로그램도 꽤 다양했다. 사진을 찍거나 짧은 게임을 하듯 참여하는 코너들이 중간중간 섞여 있어서

전시가 단조롭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맥주캔에 원하는 문구를 새겨 넣을 수도 있어서 좋은 기념품을 만들 수도 있을 거 같다.

하이네켄은 UEFA 챔피언스리그와 포뮬러 원(F1)의 공식 후원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F1시상대도 마련되어 있어서 기념사진을 남긴 후 입장할 때 받았던 토큰을 하이네켄 맥주와 바꿔 시음도 했다. 인당 두 개의 토큰을 주는데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어울려 마실 수 있다. 활발한 성격에 스몰토크가 가능하다면 친구를 사귀기에 좋을 거 같은 파티분위기였다.

투어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화장실이 들렀는데 독특한 디자인의 픽토그램이 있었다. 성별에 따른 공간 분리 필요성을 당연하게 보지 않는 네덜란드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화장실이었다. 여행자로서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지만 몇 번 사용하다 보니 개별 칸은 완전히 밀폐되어 있고 세면대만 공동 공간에 있는 구조라서 전혀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7월 30일에 스페인으로 들어와 유럽여행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며 다음 글은 암스테르담에서의 남은 일정과 당일치기 로테르담 여행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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