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손꼽히는 행복의 나라
세계여행을 처음 계획했을 때부터 우리 부부는 북유럽 여행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이십 대 때의 배낭여행 때는 가보지 못했던 곳이고, 가장 살기 좋은 나라라는 타이틀을 놓치지 않고 있는 나라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무비자로 유럽에 머물 수 있는 정해진 기한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는 북유럽으로 분류되는 나라 중 덴마크와 아이슬란드만 여행할 수 있었다. 핀란드는 아이슬란드를 갈 때 딱 하루 경유만 했기 때문에 노르웨이와 스웨덴 그리고 북극까지 묶어서 마음속에 저장해 두고 세계여행 시즌 2를 노려보기로 했다.
북유럽의 첫 번째 나라 덴마크는 기대만큼 좋았고 여유로웠고 살고 싶은 나라였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당일 숙소 예약을 위해 에어비엔비를 계속 확인하던 와이프가 뭔가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방은 남아 있었고, 여행 중인 한국인이라는 이야기까지 자연스럽게 오간 상태였다. 예약이 가능하다는 답변도 받았다. 그런데 숙소 도착 시간을 전달하는 순간, 호스트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우리는 저녁 7시쯤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 시간을 확인한 세 명의 호스트가 연이어 거절 의사를 밝혔다. 결국 우리를 받아준 사람은 덴마크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는 중국인이었다.
우리의 합리적인 추측으로는 도착시간이 너무 늦다는 것이 문제 같았다. 본인들의 저녁시간을 방해받는다는 느낌이 들어서였을까? 그 시간에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아서 인가? 만약 우리 추측이 맞다면, 자신과 가족의 행복, 소중한 저녁식사 시간을 그 어떤 가치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내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인공지능에 이 상황을 설명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덴마크는 일과 삶의 경계가 비교적 명확한 사회이고, 늦은 시간의 체크인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사적인 시간의 침범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은 근무 시간에, 삶은 그 밖에서 온전히 누리는 것. 그 구분이 확실한 문화로 자리 잡은 사회에서의 이러한 응대는 불친절함으로 느껴지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이 자신의 행복을 어떻게 지켜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처럼 보였다.
여행 시작부터 일상의 소중함과 작은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준, 2024년 9월 초의 레고와 안데르센의 나라 덴마크 여행기록이다.
_____
동선
요즘 그린란드 때문에 시끌시끌한 덴마크는 영국처럼 완전히 독립된 섬나라는 아니지만 섬나라 성격이 아주 강한 국가다. 국토의 절반이 독일국경과 맞닿아 육지와 연결되어 있고 나머지 절반은 약 40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덴마크의 수도인 코펜하겐은 셸란(Zealand)이라는 큰 섬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의 덴마크 첫 번째 목적지는 코펜하겐이었다. 육로로도 갈 수 있지만 배를 타고 이동하는 것보다 우회해야 한다. 그리고 차를 배에 싣고 국경을 넘는 특별한 경험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우리는 독일 푸트가르텐(Puttgarden)에서 덴마크 뢰드비(Rødby)로 가는 페리를 타기로 했다.
Puttgarden 선착장에 다다르니 안내표지판이 보인다. 헷갈릴 일 없이 톨게이트 비슷한 곳까지 갈 수 있다. 미리 예약한 인터넷 전자티켓을 기계에 찍으면 레인번호와 함께 영수증 같은 것이 나온다. 차량한 대에 사람 두 명 비용이 포함되어 세금까지 총 88.5유로였다.
적혀있는 레인으로 진입하여 대기하고 있으면 도착한 배에서 수많은 트레일러들이 내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신호에 맞춰 배로 진입한다.
차량을 배에 주차한 이후로는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어서 약 50분 정도 페리에서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페리에부에는 오락실도 있고 기념품샵, 레스토랑 등이 있었다.
24시간 동안 꽤 자주 운항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예약도 하고 사람이 별로 없어서 여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낮 시간에는 거의 30분 단위로 운항한다고 한다.
페리 내 레스토랑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파스타와 감자튀김으로 간단히 늦은 점심을 먹는 동안 어느새 국경을 넘어 덴마크에 도착했다.
부푼 기대를 안고 덴마크에 도착했다. 우리는 수도인 코펜하겐에서 며칠 여행하고 약 두 시간 떨어져 있는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도시 오덴세(Odense)로 이동하여 덴마크를 즐겼다.
코펜하겐 (Copenhagen)
코펜하겐의 어원은 중세 덴마크어 (Køpmannæhafn)에서 왔다. 직역하면 상인의 항구, 다시 말해 무역을 위해 만들어진 항구 도시라는 뜻이다. 바다를 통해 물자가 드나들고 사람들이 모이던 이 도시는 오랜 시간 덴마크의 경제와 교류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오늘날의 코펜하겐은 더 이상 무역의 규모로 평가받는 도시가 아니다. 대신 안전과 교육, 인프라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며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고, 삶의 질과 환경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순위에서도 가장 행복한 도시로 이름을 올린다. 이러한 평가는 화려한 랜드마크나 압도적인 스카이라인 때문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체감되는 안정감과 균형에서 비롯된 것이다.
도시는 낮고 평평하며, 자전거 기반의 이동체계는 빠르지 않다. 대신 사람들은 저녁 시간을 지키고, 일과 삶의 경계를 분명히 나눈다. 항구 도시로서 쌓아온 개방성과 실용성 위에, 사람 중심의 도시 설계와 사회 시스템이 덧붙여지면서 코펜하겐은 속도보다 지속 가능성을 선택한 도시가 되었다. 무역을 위해 태어난 항구 도시는, 이제 사람이 오래 머물며 살아가기 좋은 도시가 되었다.
인어공주상 (The Little Mermaid)
덴마크의 첫 일정은 인어공주상을 보러 가는 것이었다. 덴마크 출신인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가장 유명한 작품 하나인 인어공주를 도시의 상징으로 만들고자 했던 한 개인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조형물이다. 1913년에 만들어진 이 청동으로 만들어진 조형물은 머리가 잘리고 팔이 잘리고 페인트가 칠해지는 등 유난히 많은 공격을 받았다. 대부분 정치적 메시지나 반권위적 퍼포먼스가 이유였다고 하는데 유명세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마주한 인어공주는 사람의 실물크기여서 아담했다. 흥미롭게도 이 조형물은 얼굴과 몸의 모델이 서로 다르다. 1900년대 초에 인어공주 발레공연이 아주 인기 있었는데 당시 주연 무용수를 모델로 작품을 만들고자 했으나 무용수가 누드작업을 거절했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얼굴은 발레 무대 위의 인물이고, 몸은 조각가의 아내의 몸을 본뜬 동상이 되었다. 의도한 설정은 아니었겠지만, 무대 위의 배우와 현실 속의 아내 모습이 현실과 동화의 경계에 서 있는 인어공주 작품의 설정과 묘하게 겹쳐 보였다.
네덜란드에서도 느낀 점인데 수변공간에 백조가 많았다. 수질이 좋은 호수, 강, 운하, 얕은 해안에 주로 서식한다고 하는데 특히 덴마크에서는 국조가 백조라서 법적으로도 보호받는 대상이다 보니까 사람을 크게 경계 하지도 않고 도시의 수변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참고로 우리나라 국조는 까치라고 한다.
뉘하운 (Nyhavn)
코펜하겐 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관광지인 뉘하운에 왔다. 알록달록한 건물과 운하가 인상적인 코펜하겐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수변공간이다. 선원들이 멀리서도 자기 집을 알아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 형형색색의 색으로 건물을 칠했다고 한다.
수변공간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는 레스토랑 중 한 곳에 들어가 덴마크식 오픈 샌드위치인 스뫼레브뢰(Smørrebrød)를 먹었다. 빵 위에 여러 방법으로 조리한 해산물을 올린 단순한 구성인데 맛도 좋고 날씨도 좋고 분위기도 좋았다. 비록 브런치 글에는 음식소개가 많지 않지만 세계여행하면서 각 나라의 로컬음식은 지나치지 않고 도전했었다. 실패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소중한 경험이고 추억이다.
위도가 높은 탓에 여름이 짧고 햇빛 쨍하게 맑은 날이 많지 않아서 해가 비추는 날은 평범한 일상 중 하루가 아니라 놓치기 아쉬운 이벤트에 가깝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한 9월 초의 코펜하겐은 한여름처럼 무덥지 않았지만, 도시 곳곳의 수변에는 수영을 즐기거나 데크에 앉아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특별한 장소를 찾지 않아도 물에 바로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된 데크와 사다리는 일상의 일부처럼 배치되어 있었다.
덴마크에서는 도시 한가운데서도 수영복 차림이 낯설지 않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수영은 운동이고 수영복은 운동복이다. 이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그것이 코펜하겐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기 때문이었다. 햇볕을 쬐며 수영복 차림으로 일광욕을 즐기는 수많은 사람들의 표정에는 여유가 있었다. 문화적 인식과 수질관리, 도시에서 여가를 즐기기에 최적인 공공 공간설계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풍경이었다.
DAC (Danish Architecture Center)
덴마크 건축센터(DAC, Danish Architecture Center)는 덴마크 정부, 코펜하겐시, 민간 재단이 함께 만든 공공 건축 문화기관이다.
건축과 도시 설계가 국가 경쟁력이라고 생각한 덴마크는 그 논의가 전문가들끼리만 이뤄지는 것을 경계했고 시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건축 설명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지어진 것이 BLOX다.
우리는 왜 이렇게 도시를 만들었고, 그 선택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가를 시민에게 공개적으로 설명하는 장소가 존재한다는 것이 아주 매우 엄청 인상 깊었다.
DAC가 들어선 BLOX는 네덜란드 출신 건축가 렘 콜하스(Rem Koolhaas)의 설계사무소 OMA가 설계한 건물이다. 2018년에 완공되었고 단일 용도의 건물이 아닌 도시·건축·생활을 묶어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는 복합 플랫폼이다.
BLOX는 자동차 중심의 대로와 보행·자전거 중심의 항만 산책로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건물 하부를 비워 보행 동선을 통과시키고, 상부에 매스를 띄우는 방식으로 도시의 단절을 최소화한 배치다.
렘 콜하스는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를 만드는 대신 여러 개의 매스를 나누어 배치하는 방식을 자주 쓰는데 BLOX 역시 하나의 덩어리가 아닌 여러 개의 블록이 엇갈려 쌓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건물 안에는 건축센터뿐만 아니라 사무실, 카페, 주거 공간까지 복합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건축을 특별한 목적을 가진 장소로 분리하기보다,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매일 스쳐 지나가는 배경으로 만들고자 한 의도가 잘 나타나 있는 것 같다.
건물 내부에는 길이 약 40미터, 높이 10미터의 미끄럼틀이 마련되어 있고, 다양한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건축을 직접 몸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흥미로운 전시와 체험들이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단연 미끄럼틀이 최고였다. 꼭 무릎을 다 펴고 타야지 예산치 못한 스릴을 느끼며 순조롭게 끝까지 내려갈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DAC는 전문가나 학생을 위한 교육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어린이부터 일반 방문객까지 누구나 건축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열린 구조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전시는 설명에 그치지 않고 몸을 움직이며 체험하도록 구성되어 있었고, 미끄럼틀도 자연스럽게 건축의 일부로 받아들여졌다. 건축을 어렵게 가르치기보다, 일상 속에서 익숙하게 경험하게 하려는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공간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서울도시건축전시관처럼 건축을 다루는 공간이 있다. 두 곳 모두 도시와 건축을 주제로 하지만 체험되는 느낌과 그 쓰임은 꽤 다르게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도시와 건축에 대한, 사회와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치가 공간의 성격을 다르게 만들 수 있다고 느낀 유익한 시간이었다.
코펜하겐 브뤼게섬 해수풀장
(Havnebadet Islands Brygge)
2003년 코펜하겐 시에서 직접 예산을 투입하여 조성한 덴마크 최초의 부유식 공공수영장으로, 연평균 30만 명이 방문하는 관광명소다. 과거 산업·항만 기능으로 오염되어 접근이 제한되던 수변을, 시민의 일상 속 공공 공간으로 전환한 사례로 유명한데 바닷물을 그대로 끌어와 사용하며, 수질 개선을 전제로 도시 수변을 다시 개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덴마크 출신 건축가 비야케 잉겔스 BIG(Bjarke Ingels Group)가 설계한 프로젝트로 2003년에 개장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비야케 잉겔스의 첫 실질적 작품 중 하나로 국제적 주목을 받게 만든 프로젝트였다. 암스테르담 편에서 소개한 슬루이스하우스(Sluis Huis)를 설계한 바로 그 건축가이다.
지금은 예전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물에 뛰어 들어 즐길 수 있을 만큼 수질이 개선되었고 수시로 수질검사를 실시해서 수질이 안 좋아졌을 때는 임시로 폐쇄되기도 한다고 한다.
Havnebadet Islands Brygge는 공공 항만 수영 시설로, 입장료가 없다. 아무나 자유롭게 들어가서 수영이 가능하다. 사진에 보이는 다이빙대도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시설에는 1m, 3m, 5m 높이의 다이빙 플랫폼이 있고, 이용객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Havnebadet은 수영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시민이 모이고 소통하고 즐기는 공공 공간으로 계획되었다. 다이빙, 수영뿐 아니라 일광욕, 피크닉, 산책 그리고 한강공원이 생각나는 분위기의 휴식 장소를 제공해주고 있었다.
서울시에서도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한강 아트피어(Art Pier)라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2023년에 서울시장이 유럽출장 중에 위에 소개한 덴마크 코펜하겐의 Havnebadet도 답사하고 한강에도 부유식 수영장을 구상하는 계획을 발표했다고 한다.
유럽의 사례를 그대로 한강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코펜하겐의 항만 수영장은 수질 개선과 함께 일상적인 수변 이용 문화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결과다. 시민들은 수영복 차림으로 여가시간에 잠시 물에 들어가거나, 저녁 산책 중 가볍게 물가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직접 보니 수변공간에서의 활동이 특별한 레저가 아니라 생활의 일부에 가깝다고 느껴졌다.
반면에, 한강에서 물에 들어가는 행위는 일상보다 특별한 이벤트에 가깝고, 복장과 행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유럽과는 많이 다르다. 이러한 문화적·제도적 차이는 단순히 시설을 도입한다고 해서 바로 해소되기 어려울 것 같다. 한강버스 정류장도 포함한 계획이라는데 부디 형태를 참고하는 데서 그치기보다 한강이 가진 이용 방식과 시민 인식을 어떻게 단계적으로 바꿀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루어져서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코펜하겐힐 (CopenHill)
산이 없는 코펜하겐에 우뚝 솟은 언덕이 있다. 바로 코펜하겐 아마게르 섬에 위치한 코펜하겐힐 (CopenHill)이다. BIG(Bjarke Ingels Group)가 설계한 도시형 자원회수시설(소각장) + 공공 여가공간을 결합한 건축물로서 2019년에 완공되었다. 높이 약 85m로 소각장 위에 연중 이용 가능한 인공 스키 슬로프를 지붕에 설치하여 산이 없는 코펜하겐의 유일한 스키장을 만들었다.
아이디어에서 그치지 않고 현실로 만들어 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소각장이라는 혐오·기피 시설을 숨기지 않고 도시의 랜드마크로 전환시켰다. 지금까지도 코펜하겐 가정 약 수만 세대에 전기와 난방을 공급하고 있고 멀리 찾아가지 않아도 도시에서 하이킹과 암벽등반을 하고 스키를 즐길 수 있다.
넓은 주차장에 여유롭게 차를 세우고 바라본 코펜하겐힐은,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외피로 둘러싸인 비정형의 매스에 거대한 굴뚝이 하나 매달린 듯한 모습이었다. 소각장이라는 설명이 없었다면 그렇게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전체 인상은 세련되면서도 어딘가 귀엽게 느껴졌다.
무료입장이라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다. 내부에는 코펜하겐힐의 계절별 모습을 찍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머릿속 상상에서 결국 이루어진 현실적인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옥상에는 음료를 팔고 있던 레스토랑이 있었다. 커피 한잔 마시며 시원하게 열린 코펜하겐의 전경을 바라보았다. 굴뚝까지 포한한 높이는 124m로 코펜하겐에서 두 번째로 높지만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옥상의 높이는 약 85m 지점이다. 그래도 주변에 걸리는 것 없이 탁 틔여 있는 모습이었다.
슬로프와 분리되어 있는 산책로로 걸어서 내려가기로 했다. 평일 낮이었는데도 스키 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보였다. 경사로 바닥에 깔린 건 눈이 아니라 플라스틱 인조 스키 매트(Neveplast)인데 그 옆으로 무빙워크가 설치되어 있었다. 매트의 구조상 풀들이 자라고 있었는데 실제로 내려오는 사람들을 보니 크게 문제가 되는 모습은 아니었다.
슬로프는 구간마다 경사가 달라서 리프트 방식도 조금 달랐다. 기본적인 무빙워크에 스키나 보드를 신은 채로 벨트 위에 올라서면 자동으로 정상부까지 천천히 끌어올려주는데 가장 경사가 심한 구간은 플래터형 보조 리프트가 있어서 얇은 의자 모양의 패드를 가랑이 사이에 끼운 상태로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참 신기한 경험이 될 것 같다.
건물 입구 쪽에 장비 렌탈샵도 있는데 2026년 기준으로 슬로프 한 시간 이용권과 장비 렌탈비용이 약 300DKK(한화 약 6만 원)이라고 한다. 아직 세계여행 일정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부상의 염려로 도전하진 않았지만 평소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 같아 적극추천한다.
덴마크 여행 일정은 4박 5일로 길지 않았는데 여행하며 느낀 점이 많아서 글이 길어졌다. 다음 글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의 나머지 일정과 오덴세라는 도시에서의 여행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