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가 좋다. 느지막하게 일어나 시간이 몇 신지 확인하고
창문을 활짝 열고, 방청소를 한다. 노래는 쳇 베이커 노래가 좋겠다. 청소를 마치고, 엄마가 출근 전 싸놓고 간 김밥 한 줄 먹으며 잠시 소파에 앉아 멍을 때린다. 시곗바늘이 어느 정도 움직였을 때, 오후와 저녁이 마주치는 시간을 만나기 위해 굼뜨게 일어나 옷을 입고 가방을 챙겨 나간다. 시간은 어느덧 4시, 답답한 지하철보다는 느리더라도 뻥 뚫린 버스를 타야지.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 석촌호수 근처에 내린다. 혼자이기에 외롭지만, 그 기분이 왜인지 모르게 나쁘지는 않다. 오히려 좋을 정도로. 정처 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뉘엿 해가 졌고, 스토리를 보고 연락 온 친구들과 퇴근 시간이 임박한 엄마의 어디냐는 연락이 동시에 울린다.
벌써 돌아가야 할 시간인가 보다. 금방 들어갈게요. 문자를 보내고, 노랫소리를 키운다. 집에 도착했다. 들어가야 하지만, 괜스레 들어가기 싫어 멀뚱히 서있다. 집 앞 놀이터 그네에 앉는다. 참 별거 없고, 빠르기만 한 하루구나. 왜 이리도 특별할 것이 없지. 잠시 날씨에 들떴던 마음에도 일몰이 진다. 자유롭게 거닐고 왔지만, 갇혀있는 기분이고, 분명 날씨 좋은 하루였지만, 금세 어둠이 세상을 집어삼켰다. 아직 마음이 화창한 날씨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나 보다. 한숨을 내쉬어본다. 아무리 한숨으로 안에 있는 어둠을 내보내려 노력해도 도저히 내보내지지 않는다.
그래, 그냥 한숨 말고 들숨날숨이라 하자. 내보내지지 않으니 그냥 없는 거와 마찬가지겠지. 아 집 들어가기 싫다. 늘 화창하고 싶다. 밤에 내뱉는 한숨 말고, 시원한 공기 마시는 들숨날숨 같은 하루의 연속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