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푸른 초록의 나이를 나는 과연 잘 머금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맞지 않는 색깔을 뒤덮고 있는 것일까. 어린 시절, 열 살의 나와 마주한다면 과연 그 아이의 앞에서 나는 떳떳할까. 그 아이는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나는 그 아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을까. 검게 올라온 수염자국과 형편없는 몰골에 놀라 으앙 울어버리면 어쩌지. 달래줘야 하나. 아니면 너라면 바꿀 수 있다며 책장 뒤에서 소리치던 인터스텔라 주인공처럼 너를 붙잡고 알려줘야 하나.
고민해 보았는데, 아마 먼저 울어버리는 건 나일테고, 너는 분명 의아해하며 어쩔 줄 몰라하다가 축구공 하나 허리에 끼고 지나 갈거야. 미안해. 다치지 말고 재밌게 놀아. 열심히 살게. 그렇게 난 한참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거야. 그럴 거야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