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에는 벌써 눈이 내립니다

19. 스며드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by 하희

업무가 바쁘다는 이유로

개인 일정이 많아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었다는 핑계로

컨디션이 안 좋다는 이유로

1년 전부터 그만두었던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오늘처럼 운동하기까지 마음을 먹은 것이 정말로 힘들었다.

그 운동하는 게 마음을 먹는다는 것이 무슨 힘든 일이냐고 비웃겠지만 나에게는 엄청난 시간을 들이고 생각을 많이 한 끝에 운동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이왕 할 거라면 제대로, 열심히, 꾸준하게 하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내 머릿속에 뒤엉켜 헤집고 돌아다니는 생각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더 엉켜버릴 테니까.

무언가 하나의 목표를 정하고 천천히 시작해서 빠르게 뛰기 시작하면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겠지?

아무런 생각이 날 틈 없이 빠르게 걷거나 뛰게 되면 땀에 흠뻑 젖게 되면 몸이든 생각이든 가벼워지겠지?

땀이 젖은 채로 한바탕 씻고 나면 기분이 날아가듯이 상쾌하겠지?

오랜만에 운동을 하니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1년 전에는 욕심이 과한 나머지 긴장하고 있는 몸을 서서히 풀어주기보다는 빠른 효과의 다이어트를 위해 바로 달렸던 것이었다.

그런데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어.

바닥에 널브러진 운동복을 보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고작 40여 분 뛰었던 것뿐인데 땀에 흠뻑 젖어있었으니

내가 이렇게 열심히 뛰었나? 하는 의문과 동시에 약간의 슬픔이 들었다.

여름이라 더워서 땀이 나지만

나에게 아무런 신호가 없는 그 사람을 잠시 잊기 위해서

이를 악물고 땀이 흠뻑 났음에도 더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나의 숨이 더 가파른 것은

달리고 달려도 천천히 땀이 옷 전체로 스며드는 것이 한순간인 것처럼 그 사람이 보고 싶고 그리운 것도

나의 마음 전체에 스며든 것도 한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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