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에는 벌써 눈이 내립니다
3. 그 자리에 너는 없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길을 걷다가
환하게 웃어 주던 너의 모습이 문득 생각났다
둘이 함께 길을 걷다 우연히 예쁜 커피숍을 지나고 있을 때
내가 좋아하는 헤이즐넛 향이 난다며
너는 나의 손을 잡고 웃으며 커피숍에 들어가던 기억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쇼핑을 하다가
유리창 너머로 스타일 좋은 남성 슈트가 걸려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나도 모르게 얼음처럼 그 자리에 발길이 멈춰 있었다
편해 보이는 캐주얼 보다 멋진 슈트 차림이 더 잘 어울렸던 너의 모습에
슬며시 얼굴에 웃음이 지어지는 나
하루 일과를 마친 후 직장 앞 버스정류장에서
집 앞으로 가는 125번 버스를 기다렸다
5분 뒤 125번 버스가 도착했고 바로 올라가 빈자리에 앉아서
자연스럽게 창문 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버스 안 라디오에서는 이름 모를 청취자의 사랑 사연과 함께 노래가 흘러나올 때
너와 내가 자주 들었던 익숙한 노래가 들려 잠시 놀랐지만
그 노래를 천천히 감상하듯 눈을 살며시 감았다
너와 함께 의자에 나란히 앉아 네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라고
이어폰을 끼고 서로를 바라보고 웃으며 행복하게 들었던 노래
감은 눈을 뜨고 웃으면서 조심스레 옆자리를 보았을 때는
이미 네가 내 곁을 떠나고 그 자리에 너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