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에는 벌써 눈이 내립니다
4. 어긋난 사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서로가 헐뜯어가며 상처 주고 아파한다. 앞뒤 가리지 않고 무작정 서로의 입장을 헤아려가며 토닥여준다는 것이 결과적으로 나는 중간에 끼인 상태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맨 처음에는 별로 힘들다는 생각 없이, 내가, 예전에 내가 비슷하게 상처받고 아파한 경험이 있으니 서로에게 상처되지 않도록 아니, 상처받더라도 나보다 덜 아플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며 소통하고 토닥여 왔던 것이다. 아무런 사심 없이 둘의 관계를 어떻게든 가까워질 수 있도록 예전처럼 회복시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했던 행동이 결과적으로 오히려 독이 되었다.
이른 오전, 직장에 출근해서 업무 시작 준비를 하면서 커피 한 잔을 즐기려 할 때쯤 A양이 먼저 내 자리로 와 아침 인사를 하며 그 전날 B양과 있었던,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었다는 이야기를 줄줄이 늘어놓는다. 누구든지 오전부터 기분 좋게, 상쾌한 마음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싶은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한 마음으로 시작하려 했으나 분위기 파악하지 못하고 서둘러 나를 찾아와 재잘재잘 말하는 것이 정갈하게 먹었던 마을을 흩트려 놓았다. 그러나 제발 그만 멈춰달라는 말을 차마 입 밖으로 소리 내지 못하고 만다. A양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공감해 주고 이해해 주길 바랐을지도 모른다. 그 대상이 나였지만 한 편으로 생각하면 고맙기도 했다. 아무가 아닌, 그래도 그동안 나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큰 해결책은 아니었지만 속 시원히 털어놓고 함께 공감해 주며 마음을 다독여주던 것이 힘이 되었다는 것이 그 이후로 계속 찾아와 주는 것이다.
이번에도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라고 토닥이며 시간이 지나면 별 것이 아닌 게 될 거야, 힘내. 파이팅! 하며 웃어주었다. 용기를 주니 고맙다며 아까보다는 얼굴빛이 조금 밝아지는 듯한 모습으로 웃으며 내려갔다. 그 모습을 보니 나 또한 기분이 좋아졌다.
그 이후 한참을 업무로 정신없이 바쁘다가 다른 동료 B양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날씨도 좋고 배부른 배를 소화시키려 천천히 둘레길을 거닐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역시나 마찬가지로 A양과 똑같이 B양도 어김없이 이런저런 힘든 이야기를 한다. 업무와 관련된 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등등,, 나도 A양에게 이야기했던 것들과 똑같이 공감해 주고, 마음 다독여주고, 마지막엔 파이팅!!
그렇게 B양과 두세 바퀴를 걷고 나서 이제는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오후 업무를 시작했다. 허나 그 순간 나 자신에게는 또 하나의 생각에 잠겼다. ‘따로따로 상담이랍시고 각자 자신들에게 얘기해 주는 것이 맞는 것일까? 혹시나 이런 일로 오히려 둘 사이를 더 멀어지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나보다는 A양과 B양이 서로 함께 지내야 할 시간이 더 많을 텐데 걱정이 되면서도 머리가 아파온다.
이 두 사람이 나에게 해주는 이야기와 내가 그들에게 해주는 이야기들은 사실이지만 마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어긋나 버리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플 뿐이다.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채 나는 어느 편도 아닌 그냥 중간에 서 있기만 할 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