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에는 벌써 눈이 내립니다

5. 비(rain)? 비(sadness)!

by 하희

오랜만에 비가 내렸다. 그리 많은 양의 비는 아니었지만 바람이 함께 불어 옆으로 흩날리는 정도였다.

어제저녁 휴대폰 인터넷 검색창에 나오는 날씨 정보를 보았을 때 오전부터 흐리다가 오후에

비가 온다는 ‘구름에 비’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실은 비 온다는 정보가 진짜로 비가 오는지 아닌지 반반이었다.

매번 날이 좋아 기온이 높다 하고 선 쌀쌀한 날씨가 계속된 날이 있었고 계속 비 오다가 맑아진다고 하고선 막상 그날 하루종일 비가 계속 오는 날도 허다했다. 물론 예상 날씨기는 하지만 이렇게나 너무 안 맞을 줄이야. 그래서 오늘도 솔직히 일기예보를 봤어도 우산은 들고나가지 않았다. 설마 내가 집에 들어가기 전에 비가 오겠어?

이런 마음으로 오전에 집 밖으로 나가서 친구와 즐거운 만남을 가진 후, 오후 3시쯤 넘어서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지하철 타고 각자 집으로 향했다.

어느덧 집 근처의 지하철역에 도착해서 개찰구를 향하여 계단을 올라가려는 순간, 맞은편에서 지하철을 타려고 오는 사람들의 손에는 저마다 각양각색의 우산들이 들려져 있었다.


‘어? 지금 비 오나? 우산 없는데......, 많이 오면 어떡하지? 집까지 뛰어가야 되나?’


아이, 바로 근처인데. 뛰어가지 뭐!!

성큼성큼 지하철역 밖으로 올라갔는데 비가 오긴 오고 있었다. 다행히도 그리 많이 오지는 않고 초겨울에 싸라기 눈 오듯이 이 비도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면서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뛰지 않아도 돼서 너무 다행이다. 걸어가도 되겠네.’

지하철 타고 오면서 이어폰으로 듣고 있던 노래를 들으면서 천천히 집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일부러 그 순간을 만들고 싶어서 만든 것은 아니지만 하필 내 귀에서는 멜로디가 슬픈 노래가 나왔고, 이 노래를 듣는 순간 15년 전의 나의 상황이 떠올랐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이미 허망하고 힘들어 손을 내밀었을 때 오히려 그 아픔에 더한 더 큰 아픔으로 짓눌렀던 순간과 시간. 원래 비 오는 것을 좋아했다. 어릴 적 비 오는 날 동네 친구들과 그저 좋다며 흠뻑 비를 맞으며 엎치락뒤치락거리며 운동장을 달리던 그때, 밖에서 비 맞고 돌아다녀서 옷 다 젖었다며 야단치던 엄마, 그래도 좋다고 웃던 그때. 비 오는 날 바람도 강하게 불어 우산을 썼어도 끝내는 뒤집어져서 외투로 머리부터 가리며 처막이 있는 곳으로 피신하던 그때. 15년 전까지 이렇게 비가 갑자기 오던 날에도 좋아했다.

그러나 이제는 비조차 싫어한다. 평일에는 어쩔 수가 없지만 휴일이나 주말에 비가 오면 친한 친구라도 만나자는 약속을 하지 않는다. 그저 밖에서 내리는 비를 집 안 창밖에서 바라볼 뿐이다.

비가 오면 슬프다. 나의 마음에 눈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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