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에는 벌써 눈이 내립니다

8. 너에게 쓰는 서른두번째 편지

by 하희

며칠째 출근해서 하라는 일은 하지 않고 멍하니 컴퓨터 모니터만 보고 있다.

몇 달 전부터 너를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부풀어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될까?’ 하는 늘 행복한 마음으로 지냈지만 결론적으로 볼 수 없다는 현실에 실망이 너무 컸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라는 말이 있지만 그 말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난 그러지 않을 거야.!’

라고 마음먹고 지내왔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한순간에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그러면 안되는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인데, 어떻게라도 볼 수 없는 네가 밉기도 하고 서운한 마음이기도 하고 혹시나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도 들면서 불안하기도 하고, 온통 이런 생각들이어서 정리되지 못하고 머릿속이 지저분해져만 가고 있다.

연락을 해 보고, 너의 집 근처로 찾아가고도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어. 왜냐하면 너무나 끈질기고 더 정 떨어진다고 할까봐. 나중에는 아예 완전히 나의 곁을 떠날 거라고 할까봐.

언제까지 너의 연락을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언제까지 네가 나에게 오기만을 기다려야 되는 것일까?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서 이제는 단념하고 내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있을 때 뜻하지 않게 온다고 하는데 그럴 때에도 네가 오기만을 내가 조금, 마음이 다치지 않을 만큼만, 아주 조금만 더 기대를 하고 있어도 될까?

그럼 선물처럼 나에게 와 줄까?

이렇게 메아리가 없는, 답장조차 할 수 없는 너에게 서른두번째 편지를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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