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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한결

철학은 '형이상학적 공리'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철학 또한 다른 학문들과 마찬가지로 경험적 판단과 형이상학이 얽혀 있다. 그런데 철학이 다른 학문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다른 학문들은 형이상학적 공리를 의심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데 반해 철학은 공리를 의심하는 것을 과제로 삼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철학에는 보편적 공리가 없다. 철학자마다 자기 나름의 공리를 세운다. 진리가 존재하는지, 진리가 존재한다면 우리가 알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도 공리에 속한다. 철학은 보편적 진리에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지만 결코 성공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그런 점이 철학의 한계인 동시에, 철학이 다른 학문보다 더 보편적일 수 있는 이유이다. 철학은 모든 학문의 근저에 있다. 혹은, 어떤 학문 혹은 예술이든 그 학문/예술의 전제에 대한 탐구는 철학적이다. 철학은 철학자의 것이다. 따라서 보편적이지 않다. 우리가 철학을 배우는 이유는 스스로의 가치관을 확립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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