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스팔트에서 피어난 꽃.
사람이 많은 곳에 살지만
아무도 나를 보지 않는다.
밟히지 않기 위해
눈에 띄지 않는 법을 먼저 배웠다.
몇 번이고 져버리고 싶었으나
부지런한 태양은 나를 일으켰다.
시멘트 틈은 좁았고
도망칠 곳은 없었다.
스쳐 간 얼굴들을 떠올려 보려 하면
이름보다 발걸음이 먼저 생각난다.
기억되지 않는다는 건
때로는 살아남는 방식이었다.
뽑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나는 아직 여기 있다.
무던하게 뿌리를 밀어 넣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언젠가 흩뿌려질 것을 알면서도
오늘은 또
여기에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