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by 은수

당신은 보통과 달라요.
이를테면 그릇 같은 거요.


깊고 넓은 볼 같아요.
나를 기꺼이 담아요.


나는

때론 우아하게,

때론 투박하게.
어쩔 땐 찌꺼기처럼.


곧 설거지를 하나 봐요.

남아있던 온도와 향을 천천히 씻어내요.


당신은 모두 담고,

비우고,
다시 말끔히 정리해요.


그리고 기다려요.

또다시 담기 위해.


그릇이 비어 있을 때를 기다렸나 봐요.


나는 준비해요.


깨끗해진 마음으로
당신 앞에 서요.


잇따라 다른 모습으로

당신을 마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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