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by 은수

잿빛 세상에 뜨는 해는

눈이 부시다 못해 피부를 녹이는 듯해.


바람에 실려 내 뺨을 스치는

가벼운 나뭇잎에도 상처가 나.


무심하게도 차들은 지나가고,

그중 하나는 나를 치고 갔으면 싶지만,

어렵사리 발걸음을 옮겨.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자연을 보고 있노라면,

너무나도 괘씸해서 견딜 수가 없어.


부재중을 너는 모르는지,

왜 모르는지.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는지.


욕이라도 내지르고 싶다.


그래도 나지막이 흔들리는 만물을 보면

그곳에 내 마음을 온전히 맡긴다.


바람처럼.

바람처럼.

바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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