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도서관

열심, 책

by pearl pearl

책을 사는 걸 하나의 자랑거리로 생각한 적이 있다. 어찌 보면 책을 읽는 것보다 책을 사면서 지적 허영심을 해소한 게 아닐까 싶었는데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사다 보니 어느새 좁은 방 곳곳에 읽지 않고 쌓아둔 책이 너무 많아 골칫거리로 전락해 버렸다. 꼭 읽고 싶었던 책들을 제외하고 모두 챙겨 중고서점에 내다 팔고 받은 돈은 2만 원 남짓의 돈. 그리고 다짐했다. 아 앞으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봐야지.

하지만 도서관에서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바로 빌려 읽기란 쉽지 않다. 예약을 걸어놓거나 상호대차 시스템을 이용하여 책을 기다린 뒤 드디어 손에 들어온 책은 어쩐지 내가 돈을 주고 산 책 보다 더 많은 기대감을 주고 살짝 애틋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끝끝내 완독까지 이끌어내는 대출기간의 압박. 여름휴가기간 동안 도서관에서 책을 읽은 시간이 많았는데 항상 책을 빌리고 나가서 잊고 있었던 도서관 특유의 분위기가 정말이지 너무 좋았다.

내가 생각하기론 도서관 내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은 약 30% 공부를 하는 사람들 60% 더위나 추위를 피해 쉬러 온 사람이 10%를 차지하는 것 같다.

책을 내려놓고 이 사람들을 관찰하고 있으면 어쩐지 세상에 열심인 사람들만 모두 모아둔 것 같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의 한글공부, 앳된 얼굴로 진지하게 인터넷 강의를 듣는 취업준비생. 다른 사람이 보는 나 역시 무언가 열심히 적어내는 사람처럼 보이겠지? 도서관 안에 있으면 어쩐지 나까지 열심히 사는 사람이 된 것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미움이 가득할 땐 어떡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