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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라 Apr 06. 2022

시간을 기어가는 마법

나의 풋살시대


코치님은 주황색 고깔들을 주욱 늘어뜨려놓고 요상한 주문을 했다

앞으로 뛰기, 옆으로 뛰기, 두발로 뛰기

얼레벌레 시킨 대로 하고 나니 다시 하라고 한다.

한번 더, 한번 더, 이번엔 발 바꾸어 한번 더, 이번엔 방향 반대로 한번 더!


헉헉, 숨이 차다.

이제 한계다.

시계를 봤다. 8분 지났다.

시력도 나쁜지라 다시 봤다. 에이 설마 38분이겠지.

응 아니야, 진짜 그냥 8분이야.


당황스러웠다. 몇 바퀴를 하고 하고 또 했는데

숨이 이토록 차는데 왜 8분밖에 안 지난 거지.

오늘 내로 집에 갈 수는 있나

온갖 잡스러운 생각이 떠오르던 찰나

코치님은 그런 잡스러운 생각을 할 여유조차 주지 않으셨다.


이번엔 공을 가지고 오셨다.

꼴깍 침을 삼켰다. 저 자그마한 공이 뭐라고 순간 몸이 얼었다.


"이번엔 이 공을 발 안쪽으로 밀면서 걸어보세요"


인사이드

인사이드

인사이드

끝까지 끝까지 놓치지 말고 끝까지

인사이드 인사이드 인사이드

자자자자자자자자자자자 드리블 드리블 끌고 가 끌고 가

슛 슛 슛 슛

아~~~~~~~~~~~~~~~~~~~~아쉽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이젠 진짜 체력 바닥이다 싶을 즈음

은혜롭게도 자비롭게도 쉬는 시간을 주셨다.

놀랍게도 이제 30분이 지났다.

아니 시간을 기어가는 마법을 쓰시나.


물 마시세요~


달다, 원효대사 해골물이 이만큼 달았을까...

하기가 무섭게 다시 '모이세요' 하고 호출을 하신다.

쉬는 시간엔 시간이 날아가는 마법을 쓰시는 모양이다.

시간 능력자.....


이제 경기를 해볼게요.

네? 첫날인데요? 저 오늘 첨 왔는데요?

하고 내면의 내가 반문해봤자.

모두들 정렬하고 준비를 하는 터라 나도 얼떨결에 섰다.


죽자 사자 공을 한번 따라가 보자!

놓친 첫사랑 다시 본 듯 따라가 보는 거야.

그러기를 십여분...


나는 공을 놓치고 놓치고 또 놓쳤다.

첫사랑에 실패한 이유를 너무도 잘 알겠다.

지금 그 시절로 돌아가 그를 다시 만난 대도 나는 또 놓치겠지 허허허


 

상담 선생님, 유능감이라고 하셨나요?

지금 보니 유능감이 아니라 유능함이 떨어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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