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게 뭐라고
가슴이 이렇게 콩닥콩닥 뛰는지
정말 결혼식 할 때도 이렇게 가슴 뛰진 않았는데
이게 설렘의 두근인지, 두려움의 쿵쿵인지 분간도 되지 않았다.
"나 너무 가슴이 뛰어"
나의 말에 열 살 딸아이가 '왜?' 하고 물었다.
"엄마는 운동을 해본 적이 없어. 너도 알다시피 요리도 못하지.
엄마는 몸으로 하는 건 다 못해. 그래서 몸싸움도 겁이 나서 해본 적이 없어.
오늘 처음으로 풋살 하러 간다고 생각하니
신기하고 신나기도 하는데, 잘 못할까 봐 그래서 눈치 보일까 봐 걱정도 돼"
"아~ 엄마 잘 못해서 왕따 당할까 봐 걱정되는구나"
"응, 맞아"
"엄마, 그럴 땐 항상 돌을 가지고 다녀!"
예상치 못한 아이의 답변에 나도 모르게 침이 주룩 흘렀다.
"아니, 너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돌로 사람을 찍으란 말이야?"
"누가 찍으래? 겁만 주란 말이야! 겁만!
엄마, 싸움에는 말이야 기선제압이 중요해.
기. 선. 제. 압!
태권도할 때 왜 기합을 '어!' 하고 넣겠어?
그러니까 쫄지 말고, 내 주머니에 돌이 있다 생각하고 가!"
묘하게 설득력 있는 말이었다.
급하게 산 운동복을 입고 운동화를 신고 문을 나서기 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전쟁터로 향하는 군인처럼 아련히 그러나 굳건하게 뒤를 돌아보았다.
딸아이가 입을 뻥긋뻥긋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무슨 말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엄마, 파이팅"
그래, 까짓것 가보자,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