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라 Apr 06. 2022

당근 보고 연락드려요!

나의 풋살시대



저는 미술도 못하고요 체육도 못해요

학창 시절에도 '미' 이상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그뿐인가요, 요리도 못하고 바느질도 못하고 물건 같은 걸 고칠 줄도 몰라요

한 마디로 몸으로 하는 건 다 못한다는 거죠


_ 라는 내 말에 상담사가 답했다


"신체적 유능감이 떨어지시는군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단어였다.

잘하지 못해서 흥미가 없는 건지, 흥미가 없어 못하는 건지 뭐가 원인이고 뭐가 결과인지도 모른 채, 하지만 그것 정도야 몰라도 아무 상관없는 채로 잘 살아왔는데

난데없이 '유능감' 이라니?


그날 이후로 이 유능감이라는 단어는

엄지손톱 옆의 거스러미처럼 뜯으면 새로 생기고 또 뜯어도 또 새로 생겨났다. 

참으로 성가신 녀석이었다.


사실 나이가 들다 보니 몸 생각을 하지 않을 순 없었다.

일을 무리 없이 수행할 정도는 되어야 한다 생각해서 매일 많게는 만보, 적게는 오천보를 걷고 있던 참이었다.  

그래도 몸무게는 늘어만가고 피로는 쌓여 '진짜 운동'이라도 해야 하나 하던 차 당근마켓에서 내 눈길을 끄는 광고를 발견했다.


"풋살 여성 회원 모집"


풋살이라니? 공이라니?

공은 학창 시절 이후로 잡아본 적이 없다.

아니 학창 시절에도 나는 공과 인연이 없었다.

피구공은 피하라고 있는 존재였지만 어김없이 처맞고 아웃당하며 끝나지 않았던가.

농구는 어떻고! 수비도 없이 혼자 3골만 넣으면 통과인데 그 마저도 못했지.


그리고 결정적으론 학창 시절조차도 단 한 번도, 정말 단 한 번도 축구라는 녀석을  그 비슷한 녀석조차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왜 이제와 서야 '풋살'이라는 단어가 내게 온 걸까!


한번 꽂히니 후퇴가 없다.

나는 곧장 연락을 했다.


"당근에서 보고 연락드려요.

 운동을 전혀 해본 적 없는 사람도 할 수 있나요?"


그렇게 나의 풋살시대가 시작되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이름으로 불리는 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