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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라 Jul 08. 2024

남편이 화났다

이토록 실용적인 심리학



나는 심리학을 전공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내가 인간구실 하도록 돕는 실용적인 학문이다.


아직 체화하려면 멀었지만

자동화시스템은 포기한 지 오래지만

이냥저냥 이십여 년이 흐르니

배운 대로 믿어보며 견딜 힘이 생겼다.


이유는 선명하지 않지만

며칠째 남편이 곁을 내주지 않는다.

서로 대화도 하고

화내거나 모나게 굴지도 않지만

부부만이 느낄 수 있는 미세하지만

확실한 차이가 존재한다.


예전 같으면 따져 묻고 들이받아

결국엔 끝장토론을 하고야 말 테지만

이번엔 그냥 둔다.


그 사람이 왜 화나지 않아야 하는가



그렇다.

그는 화날 수 있다.

나는 그걸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방긋방긋 웃기만 바란다면 그게 다름 아닌 조종이고 통제고 독재다.


그는 심기불편한 와중에도

전복을 잘라 내 접시 위에 둔다.


그럼 그걸로도 감사다.

나에게 기분 나쁘지만 그는 화내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심지어 나를 먹인다.


그가 왜 화나지 않아야 하는가

감정엔 답도 없고 잘못도 없다


나는 그저 그 사실만 인정하고 버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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