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보우 Aug 12. 2024

[RboWXX Artist.] 도예가 정소혜

RboWXX : 정소혜 Jung, So-Hye

RboWXX 정소혜 매병 디퓨저 Large ver. (14cm)


RboWXX는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만들어나가는 알보우의 작가 콜라보레이션 라인입니다.

정소혜 작가는 22년 9월 RboWXX의 시작부터 함께하여 현재까지도 알보우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바로 옆에 위치한 유치원에서 기분 좋은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들려오는 작가의 작업실에서 기분 좋은 환대와 함께 작가를 만났습니다. 




ⓒRboW




소개 부탁드립니다.


천의 물성을 도자기로 표현하는 정소혜 작가입니다. 



ⓒRboW




현재의 작업 스타일에 정착하시게  배경이 궁금합니다


도자기를 만들고 있지만, 혼자 천으로 바느질하고 뜨개질하는 것도 좋아했어요. 제가 잘하는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에, 좋아하는 걸 섞어보면 좋겠다 싶어 아이데이션을 하다가 도자기에 옷을 입힌다는 개념에 닿게 되었어요.


제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합치면서 작업에 저의 정체성을 더 뚜렷하게 담아냈으니, 형태적인 부분에서는 사람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원래 잘 아는 모습일수록 새로운 옷을 입은 걸 더 잘 알아차릴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널리 알려진 조선 시대의 백자나 고려청자 형태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RboW





도자기에 옷을 입히실 때는 주로 어떤 천을 사용하시나요?


아무래도 전통적인 형태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초반에는 삼베, 모시 같은 전통 원단을 많이 사용했었어요.
그런데 제가 잘하고, 좋아하는 걸 작업화하는 과정에서 저만의 고유한 방식을 찾게 되었으니, 다시 ‘나’라는 사람에 대해 집중해 보았고, 그때부터 저랑 관련된 천을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가볍게는 집에 있는 커튼, 수건부터 아이들이 입던 옷까지요.  





ⓒRboW




작가님의 직접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는 재료를 사용하고 계세요.

외부보다 작가님 내부로부터 작업에 담아낼 요소를 찾아내고자 하신 시점은 언제부터였을까요?


팬데믹부터였어요. 팬데믹 전에는 시장에 가서 직접 천을 골라 왔는데, 집에만 있으면서 청소하거나 옷 정리를 하다 보니 이러한 것들이 쓰레기가 아니라 다 제 재료가 되고 이야기가 되더라고요. 

특히 아이들이 입던 옷은 아이들이나 저나 추억이 있으니까 버릴 수가 없었는데, 제 도자기에 사용하니까 볼 때마다 아이가 그 옷을 입었을 때가 생각이 나요. ‘아, 첫째 3살 때 입었던 내복이네’ 하면서. 그 옷에 고스란히 담겨있던 시간들이 있잖아요. 그 소중한 시간과 추억들이 그냥 버려지지 않고, 작업을 통해 다시 탄생시킬 수 있어서 의미가 더 커요.







규방 공예의  선을 활용해 옷을 만들  도자기를 만드시는데요

그렇다면 전통이라는 키워드가 작가님의 가치관과 작품에서 어떤 의미를 차지할까요?


도자기에 새로운 옷을 입었다는 느낌을 잘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익숙함을 느끼고,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전통 도자기를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전통 도자기를 재해석한 작업들은 이미 많잖아요. 그래서 제 느낌을 더 잘 살리면서 동시에 더 많은 요소를 전통에 기반에 두고 작업하고 싶었어요. 

규방 공예에서의 전통적인 바느질 기법이라든지 조각보 방식을 작품의 장식적인 요소로 활용했고요, 바늘을 꽂아두기 위해 헝겊에 솜을 채워 빵빵하게 만든 바늘방석의 형태감을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RboWXX 정소혜 매병 디퓨저 Small ver. (10cm)




앞으로 시도해 보고 싶은 작업이나 재료가 있나요?


그간 조선백자, 매병 등 전통적인 형태 위주의 작업을 많이 해왔는데요, 요즘은 가깝고 친근한 사물들에 관심 갖고 있어요. 현대적이고 일상적인 사물 중 누구나 아는 것들을 제 나름대로 재해석해 보고 싶어요. 목장갑이나, 양말같이 정말 평범한 거요. 평범함에서 재미를 찾으면, 그 재미가 배가 되는 것 같아요.







패브릭을 기반으로  일상의 사물들일까요?


꼭 패브릭이 아니라도요. 길을 가다가 흔하디흔하게 마주하는 들꽃 같은 것들까지요. 제 나름의 해석으로 실용성도 있고, 장식적인 요소로 일상에 소소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알보우가 일상 속에서 예술을 느끼게 하고 싶은 것처럼요.







목장갑이나 들꽃 같은 것들은 너무 평범하고 흔해서  일상  어딘가에 있으면서도 ‘친근하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이러한 사물들을 가깝게 들여다보신 작가님의 시선이  따뜻하다고 느껴져요.  


음, 소외되는 것, 결국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관심인 것 같아요. 물건을 잘 못 버리거든요. 물건에 다 생명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놓고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버리게 될 때에 ‘예쁘게 못 써줘서 미안해’ 하면서 엄청 큰 죄책감을 느껴요. 그런데 그렇게 버릴 뻔한 사물들을 다시금 들여다보면서 제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면, 이야기를 다시 이어나가는 것 같아 뿌듯하고 좋아요.


제 남동생이 저 작업할 때 입으라고 군대에서 입던 깔깔이를 줬었는데 한참 입다가 버리려니까 못 버리겠더라고요. 그런데 도자기에 입히니까 또 다른 쓰임새와 목적을 부여할 수도 있고, 남동생의 마음과 당시의 추억을 그대로 보관할 수도 있었어요. 

이러한 맥락에서 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옷이나 사물을 모아보고 싶기도 해요.







이야기를 들을수록 작가님 자신으로부터 찾으신 작가님만의 스타일이 단단한 코어가 되어  다양하게 생각해 보고시도해   있는  같아요


저도 작업하면서 느껴요. 뿌리가 튼튼하게 자리 잡혀있지 않으면 이것도 했다가 저것도 했다가 왔다 갔다 하게 되잖아요. 뿌리가 중요한 것 같아요. 가지치기는 얼마든지 해도 뿌리만 단단히 자리 잡혀 있으면 다시 자라나니까요.







알보우와의 인연도 2년이  되어 갑니다

공예가로서 프래그런스 브랜드인 알보우와 함께한 시간과 작업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시기에 저의 작품만을 보고 연락을 주셨어요. 아무래도 상업 브랜드니까 홍보를 위해 이미 유명한 작가들에게 컨택 할 수 있었는데, 당시에도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해서 만약 중간에 무산되어도 이해하겠다 싶었죠. 그만큼 알보우가 얼마나 일상의 아트에 진지한 자세로 접근하는지 알 수 있었어요. 덕분에 저도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었고, 이후에도 다양한 곳에서 연락을 주셔서 제 작업 세계를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아요. 3월에 했던 전시나, 또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 그리고 새로운 제품 기획 등 알보우와 지속적으로 다양한 작업을 해오며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상호 상생하는 관계로서 함께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RboWXX : MONOCHROME> 전시에 참여한 정소혜 작가의 작품 
홍진경 님이 소장 중이신 정소혜 작가님의 작품 / 이미지 출처 : 공부왕찐천재 홍진경




최근 부디무드라와 알보우의 콜라보레이션 워크에도 작가님께서 참여해 주셨는데요특별히 신경 쓰시거나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으실까요


이번에 알보우 x 부디무드라 콜라보레이션 제품으로 출시된 세라믹 합에는 부디무드라가 실제 제품으로 제작한 원단이 사용되었어요. 콜라보레이션을 하면서 그 브랜드의 색을 제 작업에 녹여낼 때 보통은 브랜드의 무드를 활용하거든요. 예를 들면 알보우와 협업을 진행할 때는 알보우에서 주로 전개하는 드로잉적 그래픽을 더하는 것처럼요. 그런데 아예 그 브랜드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소재를 가져다 활용한 건 처음이라 신선했어요. 


사실 처음에는 알보우와 부디무드라, 그리고 저의 색을 어떻게 한 번에 담아야 할지 많이 고민스러웠어요. 그래서 처음에 전달해 주신 기획안을 다시 꼼꼼히 읽어보면서 부디무드라의 시즌 콘셉트와, 이 합을 통해 나타내고자 하는 테마의 무드에 집중해 봤어요. 자연과 돌의 느낌을 나타내야 하는데, 저의 모든 작품들이 대부분 위아래가 평평하거든요. 당연하게 생각했던 부분들이 돌의 러프한 형태감과는 맞지 않았던 거예요. 상부와 측면의 볼륨감을 돌의 형태처럼 살려보자고 생각했고, 결과적으로 저도, 알보우와 부디무드라도 마음에 들어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디무드라 x 알보우 정소혜 세라믹 합 / ⓒBudhi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넥스트 스텝이 금합니다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해주실  있나요?


주목받지 않는 우리 주변의 흔한 사물들을 제 색깔로 해석해 보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려고 해요. 

그리고 하반기부터는 백화점이나 공예 큐레이션샵 등 더 다양한 곳에 제 작업물들을 선보일 거예요. 9월에는 한옥 호텔에서의 개인전이 있고, 12월에 열리는 공예 트렌드 페어에도 참가할 예정입니다. 



ⓒRboW
ⓒRboW
ⓒRboW



RboWXX 정소혜 매병 디퓨저 


알보우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rbow_official/ 

RBOW X 정소혜 매병 디퓨저 : 

-Large ver. https://www.rbowofficial.com/product/so-hye-jung-prunus-vase-diffuser-set-bold-ver/242/category/100/display/1/

-Small ver. https://www.rbowofficial.com/product/so-hye-jung-prunus-vase-diffuser-set/181/category/100/display/1/

정소혜 작가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sososoceramics/



all photos ⓒRboW

작가의 이전글 [RboWXX Artist.] 공예가 아미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