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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탸탸리코 Jul 17. 2023

특별할 것 없던 어느 1박 2일은 예상치 못한 행복을

지우와 1박 2일

오늘은 자취를 시작한 친구네 집에서 1박 2일을 하고 왔다

친구의 성격과 취향이 고스란히 남아있던 하우스는 깨끗하면서도 따듯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에 전철을 타고 집과 반대 방향으로 가는 길이 퇴근지하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평소 노래 듣는 걸 굉장히 좋아하기에 헤드셋 끼고 노래를 들으며 가니 아주 금방이었다.

5월에 구매한 토앤토 X로우클래식 콜라보 쪼리를 신고 갔는데, 오랜만에 신어서 그런지 발가락 사이가 조금 아프긴 했다

친구네 집에 간 목적은 오로지 얘기하기 위해서였다

평소에 나는 '나 여기 잠깐 나왔는데, 얼굴이라도 볼까?'와는 거리가 전혀 멀고, 사람들이 많은 곳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성격 탓에 친구들을 만나는 횟수가 그다지 많지가 않다

그런 성격이 나를 1년에 2번쯤은 사무치게 외롭게 만들 때가 있다

이번 또한 공허함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친구에게 sos를 요청해 1박 2일의 달콤한 휴식을 보냈다.

원래는  단둘의 시간을 예상했지만, 예기치 못한 행운으로 또 다른 친구도 만나게 되었다

그 친구도 근 몇 개월 얼굴을 보지 못했기에 회포를 풀기엔 금상천화였다

서로 뭘 먹을까 고민하던 차에 닭을 먹기로 했다

저녁을 아무도 먹지 않았기에 뭘 먹을지 고민하다 닭을 골랐는데, 닭 먹는 김에 위, 아래로 다 먹어보자는 마음으로 닭목살, 닭발까지 야무지게 시키게 되었다.



야무지게 주먹밥 제조 중인 유부 친구, 영상 찍는 걸 보더니 손수 셀프줌인도 해주었다

아무 생각 없이 쿠팡이츠로 메뉴를 골라 시킨 곳이 생각지 못한 맛집이어서 기분이 좋았다

상호명은 '형제닭발' 건대점이었다

메인은 '직화 무뼈 닭발'이었고 사이드는 '날치알주먹밥''닭목살구이(양념)'이었다

(위에 gif에 보이는 계란찜은 서비스)

시킨 닭이 소금구이였기에 닭발과 닭목살은 양념으로 시켰는데, 닭목살이 특히나 맛있었다

사이드였음에도 불구하고 꽤나 많은 양이 마음에 들었고, 양념도 맛있었다

매운걸 그다지 잘 먹지 못하는 3인이었기에 먹다 중간에 쉬엄쉬엄 먹었다

친구들은 닭목살이 더 매웠다고 했고, 나는 닭발이 조금 더 매웠다고 느꼈다

양념의 맛은 메뉴이름에 '직화'가 붙어있듯 불향이 나 좋았다.

(따듯할 때 먹으니 엄청 매웠지만, 식고 나서는 매움이 어느 정도 가셔서 식은 다음에 먹어도 충분히 맛있게 느껴졌다)



한참 수다를 떨고 있을 때 도착한 닭구이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건지, 치킨 가격의 말 같지도 않은 가격인상으로 인한 건지 요즘엔 치킨보다는 닭구이가 더 맛있게 느껴져 바비큐를 시켰다

'야꼬닭 숯불바비큐' 성동구점에서 시켰고 대단한 것은 쿠팡이츠 리뷰가 1,653개에 별점이 만점이었다

(쿠팡이츠에선 성동구점이라 되어있었으나, 지도에선 왕십리점이라고 나오나 보다)

아마 '산더미(1kg) 바비큐 세트(순살)' 허브 소금구이 맛으로 시키고, 떡과 양배추샐러드를 추가로 시킨 것 같다


(친구가 시켰기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떡은 추가로 시켰다는 말을 듣긴 했다)

리뷰와 별점이 증명하듯 기름끼가 쫙쫙 빠진 바삭하며 부드러운, 맛있는 소금구이였다

떡의 경우 어렸을 때 먹던 닭강정양념처럼 진득하고 달달한 떡꼬치맛이었으며 양배추샐러드는 간단하게 케첩과 마요네즈로 맛을 낸 기본적인 맛이었다

(양배추를 채를 썰어 얇게 만든 것이 아니라 정말 칼로 직접 손질을 한 것처럼 두꺼웠다)

요즘처럼 바이럴(viral)한 맛은 아니었고, 그냥 어렸을 때 엄마 아빠 손잡고 동네 상가에 하나쯤은 있는 닭집에서 시킨 느낌이어서 '역시 OG(original)는 변하지 않는구나'싶었다.


이런저런 밀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벌써 다음날이 되어 버렸다

원래 친구와 계획은 이러하였다


1. 집에서 밥을 먹는다.

2. 심야로 '엘리멘탈'을 본다.

3. 집에 돌아와 씻고, 수다를 떨다 잠에 든다.

4. 일어나 한남동으로 넘어가 브런치를 먹는다.

5. 헤어진다.


이랬던 계획이 다른 친구가 합류를 하며


1. 집에서 밥을 먹는다.

2. 심야로 '엘리멘탈을 본다. -> 다음날 조조로 '엘리멘탈'을 본다(영화 시간은 아침 8시 55분)

3. 집에 돌아와 씻고, 수다를 떨다 잠에 든다.

4. 영화 보고 한남동으로 넘어가 브런치를 먹는다.

5. 헤어진다.


이렇게 변경되었으나, 친구와 새벽 2,3시까지 수다를 떠는 바람에 우리가 진짜 내일 조조를 볼 수 있을까 싶었지만, '한번 힘들게 살아볼까?‘라는 마음으로 알람까지 맞추고 잠에 들었다

7시 30분부터 알람을 맞춰뒀기에 일어났지만, 다시 잠에 들기를 반복하다 8시 8분경 정신을 차렸다


'아 벌써 8시 넘었구나'(누워있는 상태로)
'아냐, 볼 수 있어 나 일어났어'(한 쪽눈은 감은 채로)
'아냐, 다시 자 빨리 자'


라는 간단한 의사소통으로 예매를 취소했다

(잠결이라 확실한 대화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기억에 의하면 이러하였다)

그렇게 잠시 일어났다 잠들었다 핸드폰 하다를 반복하며 다시 잠에 들었다.



잠에 들었다 화장실에 갔다가 침대로 올라가지 않고, 바닥에서 침착맨을 보며 잠에 빠졌다

평소에 바닥에서 자는 걸 정말 좋아하지 않는데, 웬일인지 바닥에서 허리도 아프지 않고 깊은 숙면을 취했다.

친구와 나는 11시 30분이 넘어서야 이성을 챙겼다


어떻게 잤는지, 서로 이야기하며 밥은 어떻게 하지 고민을 하며 나갈 준비를 하였다

집 밖으로 나가며 최종 계획이 만들어졌다


1. 집에서 밥을 먹는다.

2. 심야로 '엘리멘탈을 본다. -> 다음날 조조로 '엘리멘탈'을 본다(영화 시간은 아침 8시 55분)

3. 집에 돌아와 씻고, 수다를 떨다 잠에 든다.

4. 영화 보고 한남동으로 넘어가 브런치를 먹는다. -> 동네에 있는 브런치가게를 간다.

5. 헤어진다.


성수로 넘어갈까, 뚝섬으로 넘어갈까, 한남동으로 넘어갈까 고민하다 그냥 동네에 있는 곳에 가기로 했다

이미 시간이 12시 40분이었기에, 2시에 한남동으로 넘어가야 했던 친구에겐 굉장히 빠듯한 시간이었다

종종걸음으로 골목골목 누비며 최종 도착점에 도착해 메뉴를 골랐다

서로 '내가 낼게'를 시전 하다 친구에게 카드 잡은 손이 잡히며 친구가 계산을 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상호명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아마도 '오픈 잠봉뵈르 샌드위치' 그리고 '오렌지 커피'를 시키고, 친구는 '초코칩 쿠키' 그리고 레몬이 들어간 차였을까..? 뭔가 쿠키랑 레몬이 떠있는 커피가 아닌 음료를 시켰던 것은 기억이 나는데 정확히 이름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미 시간은 1시를 향해 있었고 2시에 일정이 있었기에 열심히 해치우기 시작했다.



커피는 찍어야겠고, 빨리는 가야겠고의 결과물 어디를 찍는 건지 전혀 모르는 카메라 앵글

'오렌지 커피'는 처음 먹어봤는데, 대학생 시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가서 먹었던 따듯한 오렌지 향과 어렴풋한 오렌지 맛의 달콤했던 커피의 기억으로 도전해 보았다

오렌지커피란 것은 아마도 오렌지 주스와 커피의 결합이었던 듯, 정말 이름과 걸맞은 맛에 이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봉뵈르 샌드위치의 경우 야채와, 치즈, 잠봉뵈르 그리고 썬드라이드토마토의 간단한 조합으로 아침에 부담스럽지 않게 먹기 딱 좋았다 나오자마자 5분 만에 해치웠음에도 속이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아침이라고는 하나 이미 시간이 오후 1시였기에 점심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친구는 택시를 타고 급히 한남동으로 넘어가고 난 전철을 타고 집으로 갔다.

간단한 만남이었음에도 특별히 뭘 하지 않았음에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대화로 쌓여있던 체증이 내려가듯 아주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곧 월요일이 다가오는 걸 알면서도 행복으로 가득 찼다.



그건 아마 집에 들어가면 날 반겨주는 올리가 있어서 그랬을까?

(도대체 왜 맨날 마스크를 가져가서 물고서 날 반기는 건지는 모르겠다)



새침데기 니케가 날 기다렸다는 사실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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