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에 기자만 있는 줄 아십니까?

by 강사원

불규칙한 출근 시간, 경력만큼 착실하게 쌓이지 않는 월급, 화장실도 못 갈 정도의 업무강도..... 퇴사를 꿈꾸게 하는 이유는 매일 새롭고 짜릿하게 생겨나지만, 최악의 상황에서도 더 최악은 존재한다. 회사의 부품은 고사하고 그 부품을 원활히 움직이게 하는 고작 ‘기름’ 취급을 받을 때, 그러니까 남의 소-중한 기사를 망치면 안된다는 식의 핀잔을 받을 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외치고 싶다. 나도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나의 직책은 매니저다. 무엇을 매니징하는고 하니, 연예인도 스포츠선수도 아닌 ‘기사’를 매니징한다. 기자가 기사를 넘겨주면 제목과 사진을 달아 출고하고, 출고된 기사가 있으면 홈페이지 등에 편집한다. 매일 새벽, 온라인 출고된 신문기사들로 홈페이지 등을 싹 바꾸는 이른바 ‘판갈이’를 하며, 그 외 ‘제목 이렇게 바꿔주세요’, ‘사진 이걸로 갈아주세요’, ‘본문 내용 이렇게 바꿀게요’ 등의 잡다한 일을 도맡아 한다.


GettyImages-a7358591.jpg

뭐, 이직 자소서에 홈페이지 편집이란 독자가 매체를 만나는 첫인상이니 귀사의 논조에 맞게 휘황찬란한 편집을 선보이겠다는 대단한 포부를 적었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면접은 속고 속이는 게임. 이직한지 석달 만에 나는 동태눈이 되었고, 회사는 온갖 자잘한 보고 시스템, 의사를 묻지 않고 팀에 부과하는 업무, 조회수에 대한 압박으로 화답했다. (선후관계가 바뀐 것 같기도) 끝없는 주말근무와 철야, 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월급은 덤이고.



처음부터 이 일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학창시절엔 에디터를 꿈꿨다. 당시 유행했던 '스타일' 류의 드라마나, 몰래 보던 '섹스앤더시티'를 차치하고서도,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 친구에게 보냈던 편지를 가장한 수많은 감상과 우리를 주인공으로 단편 소설들. 글을 쓰는 학과에 들어가고, 잡지사 인턴을 하고 어쩌고저쩌고. 세상이 지시하는 대로 흐르다 보니 여기에 와있게 되었다는 뻔한 이야기다. 진로 앞에서 갈팡질팡했던, 자신감 부족으로 쟁취해내지 못했던, 운이 따라주지 않았던 순간들은 차마 가슴이 아파 적지 못하겠다.



어쨌든, 난 매일 내게 묻는다. 너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느냐고. 번지르르한 건물에 들어가 보잘것 없는 반복을 한다고 느낄 때, 원하는 일의 변두리에 머물며 하루를 소진하는 기분일 때 질문을 꼭꼭 씹어 삼킨다. 몇번을 더 삼켜야할진 모르겠으나 확실히 소화불량이 올 시기가 머지 않았다. 나도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