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 2 아들. 어렸을 때부터 노는 것을 참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 끝나면 무조건 놀이터, 중간에 먼저 헤어지는 법이 없었다. 무조건 끝까지 남아서 논다. 어렸을 때 실컷 놀게 해 주면 나중에 공부한다더니. 거짓이었다. 남편이 공대 대학원을 다니면서 했던 말이 연구실에 있는 동생들을 보니 꿈이 있어서 이곳에 온 게 아니라 할 줄 아는 게 공부밖에 없어서 왔다는 애들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던 게 기억난다. 공부 잘해서 SKY 갔고, 진로를 못 정해서 대학원 에왔고, 아직도 모르겠어서 박사과정을 해볼까 생각 중이라는 후배들을 보면서 우리 아들은 저렇게 키우지 말자, 공부는 되도록 강요하지 말고 실컷 놀게 해 주자. 정말 너무 실컷 놀게 했나 보다.
세 살 때 한글 배울 때 잠깐 신기한 한글나라 몇 달 한 거 빼고는 그 흔한 방문 학습지 하나 시킨 게 없었다. 모두 내가 맡아서 해줬었다. 책을 읽어주고, 서점에서 활동지 사다 같이 하고. 유치원 때는 미술, 초등 3학년까지는 피아노 학원이 전부였다.
아이의 첫 영어, 수학 학원은 4학년 2학기때였다. 또래에 비하면 늦게 시작한 편이라서 다른 엄마들은 내게 왜 아이를 아무것도 시키지 않느냐며 요즘 누가 학원을 안 보내냐는 식으로 말하곤 했었다. 특히 사립초 엄마들이다 보니 더 그랬다. 나는 학교에서 많이 배우고 학원을 최대한 늦게 보내려고 사립을 보낸 건데.. 나는 학원이라는 곳을 다니기에 아직 어리다 생각했었고, 고민 끝에 담임선생님과 상담도 해보았는데 학원을 많이 다니는 아이들에 비해서 전혀 뒤처지지 않고 똑똑하다고 지금처럼 아이의 페이스대로 하시면 된다고 조언해 주셔서 안심하곤 했다.
지금은 내가 이지경이 되고 보니 그때 선배 엄마들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멋모를 때 딴생각 안 하도록 학원을 마구 돌렸어야 한다는 선배맘의 이야기. 스케줄 빡빡하게 돌려야 한다는 그 말이 그때는 귀에 들어오질 않았는데 이제야 뼈저리게 와닿는다. 그 말이 무슨 말이었는지.
어렸을 때부터 놀아서 지금까지도 노나보다. 4학년 2학기때부터 다녔는데 안 가고 싶어 한 적도 있었지만 나름 영수 만이라도 꾸준히 시키려 노력했었는데 중학교1학년 2학기가 되더니 달라졌다. 학교시험도 안 보니 지금은 진로탐색에 집중하고 2학년 때부터 다니겠노라고 학원을 한번 쉬면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2학년 때 학원을 다시 시작했으나 2달 다니고 흐지부지. 이 핑계 저 핑계 대가며 빠지더니 이제 아예 끊고서 난 공부 안 하겠다. 할 의미가 없다. 건드리지 말아라. 이런 상황이다. 이젠 나도 너무 지쳤다.
누군가는 학원비 안 드니 그 돈으로 맛있는 거 사 먹어라, 사고 싶은 거 사라, 쓰고 싶은데 써라 하지만.. 막상 내일이 되고보니 말처럼 쉬운 게 아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