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집'이라고 1980년대에 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미국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서부 개척기를 배경으로 한 가족의 훈훈한 사랑을 내용으로 하는 드라마로 이를 텍스트로 영어 공부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로라 잉걸스 와일더가 쓴 자전적인 내용을 작가인 딸 로더 와일더가 정리, 출간한 9권의 책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2005년에 비룡소에서 출간된 9권을 구입하여 완독한 이후에도 틈틈이 찾게 되는 책입니다.
"이 책에는 가족 간의 우애가 있고, 자연의 축복이 있고, 노동의 즐거움이 있다"는 옮긴이의 말과 같이 이 책을 이야기 속(이 책이 분명 소설의 형식으로 쓰인 글이지만 체험을 바탕으로 한 사실적인 내용이 뚜렷해서 이 책을 소설이라는 양식으로 한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주인공 로라의 시선에 맞춰 교육적인 내용의 아동, 청소년 도서로 볼 수 있겠지만 서부개척에 따라 위스콘신 주를 떠나 캔자스 주, 미네소타 주, 다코타 주 등지로 옮겨가는 한 가족의 고난에 맞서는 의지와 용기, 그리고 19세기 개척민들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인문학적 가치를 함께 지니고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 책에서는 미국 정부의 서부 이주 장려 정책과 새로운 (장차 대도시로 번영을 누리게 될) 마을의 형성 과정을 흥미롭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아직 백인이 정착하지 않은 땅에 한 사람씩, 혹은 한 가족이 정착하여 땅을 개간하면 정부는 그 땅을 그들의 소유로 인정하게 됩니다. 그렇게 원주민인 인디언을 몰아내고 땅을 차지하는 모습이 일제강점기에 한국인의 땅을 빼앗던 총독부의 모습을 연상케 해서 마음이 영 개운치가 않습니다만.
개척지에 점차 사람이 모여들고 마을이 형성되면 철로가 건설되고 기차가 지나가게 됩니다. 미국의 형성 과정에서 기차의 역할이 대단했었기에 유독 미국의 민요에는 철도와 관련된 노래가 많습니다. Train Song이라 일컫는 장르로서 얼핏 생각나는 노래로는 'Midnight Special', 'Freight Train', 'Wabash Cannon Ball'와 같이 기차라는 신문물을 예찬하는 노래와 'John Henry'처럼 개척기의 전설적인 철도 노동자를 예찬한 노래까지 있으니까요.
이렇게 널리 부르게 된 노래는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노래도 있지만 어느 한 사람에 의해 창작되어 널리 전파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철도의 발달에 따라 기차를 이용한 노동력의 이동도 활발해졌습니다. 일자리를 찾아 떠돌아다니는 노동자에게 기차는 매력적인 이동 수단이었습니다. 무임승차로 기차의 화물칸에 몸을 의탁한 떠돌이의 모습은 낭만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이런 떠돌이는 사실 서부개척기보다는 1930년대 대공황의 시기에 양산된 것으로 이들의 삶과 애환을 노래한 Hobo Song이라는 장르까지 생겨나게 됩니다.
대표적인 호보 송의 하나인 'Hobo's Lullaby(떠돌이의 자장가)'는 모던 포크의 아버지라는 우디 거스리(Woody Guthrie)가 작곡한 노래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1930년대 컨트리 음악의 초창기에 괴벨 리브스(Goebel Reeves)라는 컨트리 가수가 처음 불렀고, 1940년대에 우디 거스리가, 그리고 1960년대에 그의 아들 아를로 거스리(Arlo Guthrie)가 대중적으로 유행시켜 민요처럼 불리고 있는 노래입니다.
포크 가수라면 한 번쯤은 불렀던 노래인데 우디 거스리 헌정 음악회에서 존 바에즈(Joan Baez)가 부른 버전을 좋아합니다.
비단 포크 음악 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중음악에는 이와 같은 역사적 맥락이 있어 그것을 알고 듣는 것도 흥미로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