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뷔시(Claude Debussy)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중 달빛(Claire de Lune)
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받고 충분한 비에 배를 불린 농작물이 이제 영글어 수확을 앞두고 있다. 초가을의 들녘은 노랗게 황금색으로 물들어 풍요를 확인해주고 있다. 우리의 마음도 절기를 따라 가장 넉넉해지는 때가 지금이지 싶다. "더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과 같이 이때가 되면 우리는 자연의 풍요에 삶의 여유를 대입하고 농경사회의 오랜 전통에 따라온 가족이 모여 조상에 대하여 예를 갖춘다. 이처럼 한가위는 혈연 공동체의 일체감을 확인하는 명절이요, 축제의 장이기도 한 것이다.
한가위 저녁에 바라보는 둥근달의 넉넉한 자태는 한옥집의 낮은 담벼락 위로 두둥실 떠오르는 보름달을 바라보던 어린 날의 추억과 연결되어 있다. 어릴 때 부르던 노래 중에 달이라는 동요가 있었다. 아동 문학가 윤석중 선생의 동시에 곡을 쓴 노래로 "달, 달, 무슨 달/쟁반같이 둥근달"이라는 친숙한 말로 시작한다. 이 노래에 달에 대한 어릴 때의 추억이 모두 담겨 있는 것 같다. 우리 동네를 비추고, 내 얼굴을 비추던 둥근달의 풍경이.
그러나 고층 건물이 즐비하게 들어선 도시에서는 오랫동안 달에 한 눈 팔고 있을 여유조차 사라져 버렸다. 산업화된 사회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것이어서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크다.
대중적이지만, 드뷔시의 특색이 잘 나타난 음악
도심을 벗어나서 비로소 바라보는 보름달은 푸른빛이 감도는 것이 신비감마저 드는 것이다. 달을 소재로 한 음악은 적지 않지만 달의 신비감을 잘 표현한 음악이라면 아무래도 드뷔시의 '달빛'을 첫 손에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빛을 다루는 방식에 영향을 받은 드뷔시는 빛의 산란을 색채로 표현한 인상주의 회화의 기법을 음악에 적용, 모호한 화성의 사용으로 불분명하고 암시적인 음악을 탄생시켜 인상파 음악이라 일컫는 드뷔시의 음악은 몽환적인 분위기의 새로운 것이었다. 그러나 드뷔시가 인상파 음악의 기법을 자신의 음악에 완전히 정착시키기 이전의 과도기에 작곡된 대표적인 곡으로 솔로 피아노를 위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이 있는데 서정성이 짙은 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중 3번째 곡인 '달빛'은 드뷔시의 작품 중에서도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곡이다. 3도 화음의 주제 선율이 고요한 달빛을 묘사하고 이어서 펼쳐지는 아르페지오는 달빛의 색채감을 보여주는 것이다. 뒤 이어 여리게 반복되는 선율은 달밤의 고요한 정경을 묘사하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인상파 음악을 작곡하기 이전에 쓴 곡으로 음악적으로는 결코 드뷔시를 대표하는 곡이라고 할 수 없지만 서정적인 선율만큼은 너무 아름다워서 대중적으로는 드뷔시를 대표하는 곡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