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발디(Antonio Vivaldi)의 4곡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The Four Seasons)' 중 '가을'
그리스 신화 속의 디오니소스(Dionysos) 신은 풍요를 상징하는 신이다. 그리고 디오니소스가 원래 생명수를 뜻하는 말로 이와 관련하여 다산을 상징하는 신이기도 하다. 또한 수확과 축제와 관련하여서는 포도주의 신, 기쁨의 신 등의 의미를 가지고도 있다.
농경 사회에서 농산물의 수확은 곧 축제와 깊은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먼저 신에게 수확한 농산물을 바치면서 공동체는 기쁨의 축제를 벌인다. 이는 어느 민족이나 문화권에서도 동일한 것으로 유대인 또한 한 해의 수확을 거둔 뒤 여호와에게 감사의 제사를 지내고 축제를 가졌다는 사실이 구약성경의 신명기에 기록되어 있다. 우리의 한가위 또한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다른 문화권과는 의미에 있어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가위는 예부터 매년 음력 8월 15일, 기울어있던 달이 완전히 차오른 만월에 맞춰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공동체가 모여 다함께 먹고 마시면서 씨름 등의 놀이를 즐기던 축제의 장이었다.
다만 이 시기가 한 해의 결실을 수확하는 시기가 아니라 수확을 앞둔 시기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 우리 민족의 한가위는 한 해의 결실을 감사하는 의례가 아니라 수확을 앞두고 풍요를 기원하는 의례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기가 달이 온전히 차오른 만월의 때에 맞추어져 있다는 사실에서 한가위가 고대로부터 유래하는 달 숭배 사상과 관련이 있다는 민속학계의 주장도 있다. 한 해 동안 농산물을 키워 왔던 태양의 시간을 마치고 달에게 시간을 내어준다는 자연의 순환 사상이 깃들어 있는 것도 같고 원시시대로부터 무의식 속에 전해오는, 태양이 사라진 어둠이 사라진 시간에 대한 공포를 이기게 하는 만월에 대한 감사와 기원이 의례로 정착했다는 것이다.
어쨌던 한 해의 수확이 우리의 삶에 풍요와 기쁨을 주고 지난 시간에 대한 감사와 맞이할 시간에 대한 준비를 하게 한다는 점에서 겨울이 오기 전 벌이는 한판 축제의 장이 가지는 의미는 생각 이상으로 컸을 것이다.
'사계'는 비발디가 '화성과 창의의 시도'라는 제목으로 작곡한 열두 곡의 바이올린 협주곡 중 처음 네 곡을 따로 일컫는 이름이다. 네 곡마다 계절의 이름을 비발디가 직접 붙인 것이며 곡의 내용을 설명하는 소네트가 각각 붙어 있어 곡의 이해를 돕고 있다.
비발디의 '사계'는 사계절의 풍경을 완벽하게 묘사하고 있어 표제적인 성격을 가진 음악의 선구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물론 음악사에서 표제음악이라는 용어는 베를리오즈가 '환상 교향곡'을 작곡하면서 처음 사용, 표제음악이 낭만주의의 시대적 용어로 정의되고 있지만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이 그렇듯이 표제적인 성격의 음악은 오래 전부터 작곡되어 왔던 것이다.
각 계절마다 협주곡 형식의 일반적인 3악장 구성을 이루고 있으며 F장조의 '가을'은 수확의 기쁨과 축제의 분위기를 잘 나타낸 곡으로
제1악장에는 "농부들이 수확의 기쁨을 나누며 술과 춤으로 잔치를 벌인다."는 설명이
제2악장에는 "잔치가 끝난 뒤 사람들은 기분 좋은 가을밤의 정취를 즐기며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3악장에는 "동이 터 오르면 사냥꾼들이 총을 들고 뿔피리를 불며 개를 데리고 사냥을 떠난다."라는 설명이 더해져 곡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 곡의 추천 음반으로는
1. 펠릭스 아요(Vn.), 이 무지치 (PHILIPS-DECCA)
2. 라인홀트 바르헤트(Vn.), 칼 뮌힝거(Cond.), 슈투트가르트 실내 관현악단 (DECCA)
의 전통적인 연주와
3. 파비오 비온디(Vn.), 에우로파 갈란테 (Opus 111)
의 파격적인 시대악기 연주,
4. 앤드류 맨체(Vn.), 톤 쿠프만(Cond.), 암스테르담 바로크 오케스트라 (ERATO-Waner Class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