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인 월러스 스티븐즈(Wallace Stevens)는 그의 시 '눈사람'에서 "우리는 겨울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라고 노래했다. 비록 헐벗고 비참한 지경에 머물고 있더라도 겨울이 지나가면 봄이 와서 나뭇가지에 새순이 돋듯 고난의 시간은 반드시 흘러갈 것이다. 적어도 우리는 그런 희망에 기대어 가지가지 모습으로 찾아오는 고난을 견디며 살아간다. 물론 우리의 인생에서 고난은 간단없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그것이 도로에 그칠지라도 희망 없이는 고난의 시간을 한순간도 견딜 수 없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의 마음은 곧 사랑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이란 사랑을 끝까지 지키고자 하는 의지를 말함이다. 그러나 "금이 간 너의 얼굴"을 예감하는 김수영 시인의 시에서와 같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깨져버린 사랑에 속으로 속으로만 울음 울던 때도 있었다. 그렇게 실연의 상처가 깊어 오래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 있어도 보았다. 그래도 언젠가는 시들어 피폐해진 마음에도 새로운 사랑의 싹이 움트리라는 일말의 희망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우리, 지금은 사랑 없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도 봄을 준비하는 겨울의 마음으로 이 시간을 인내하자. 그것이 삶을 대하는 경건한 자세일 것이다.
말러의 교향곡 2번은 다섯 개의 악장과 4악장과 5악장에 성악이 첨가된 거대한 곡으로 초연은 성악 부분이 빠진 세 개의 악장 만으로 이루어져 청중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날의 연주에 대한 비평가들의 반응은 악평에 가까운 것이었다.
이후 완성된 형태의 전 악장 초연은 1895년 말러 스스로의 지휘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이 날의 연주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마지막 악장의 종결주에 이르러서는 눈물을 흘리는 청중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나도 일전에 한 음악 감상 모임에서 이 곡을 감상 음악으로 선정하고 해설을 곁들여 사람들에게 소개한 적이 있었다. 그때 초로의 한 여성 회원이 5악장의 종결부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음악에 몰입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만큼 이 곡은 듣는 사람들을 압도하는 힘이 있다. 후기낭만주의의 확장된 4관 편성 교향곡의 거대한 음향에 독창과 합창이 합쳐진 장엄한 종결부는 이 곡을 듣는 사람을 전율에 가까운 감동 속으로 빠뜨리기에 충분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곡 속의 가사는 클롭슈토크의 종교적인 시에서 가져왔지만 말러는 종교적인 의미를 지우기 위해 일부 내용을 삭제하거나 변경, 말러의 부활이 종교적인 부활이 아니라 내세에 이르는 방법으로서의 죽음과 죽음으로서 도달하는 구원을 의미하는 부활을 의도했다. 즉 이 곡의 부활관은 당시 말러가 심취해있던 염세적인 세계관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지만 듣는 입장에 따라 반드시 말러의 의미를 따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음악 감상 모임에서 한 회원이 보인 눈물의 의미도 죽음에 방점을 두고 보인 감정의 토로는 아니었던 것으로 믿는다. 나 또한 기독교 신자로서 삶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잃지 않기에 내 입장에 따라 이 곡을 이해한다.
제5악장에는 '최후의 심판, 부활 그리고 영생'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으며 종결부의 가사를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나는 부활하리라
짧은 안식이 지난 뒤 내 육신은 부활하리라
나를 부른 이가
나를 불멸의 삶으로 인도하리라
(중략)
나는 영광된 날개를 달고
드높게 날아가리라
나는 살기 위해 죽으리라
부활하리라, 내 영혼은
바로 부활하리라
그리고, 내 영광으로
나는 하나님에게로 인도되리라
이처럼 자신의 입장에 따라 음악을 이해하고 듣더라도 별로 어색하지 않은 내용의 가사로 이루어져 있다.
단 하나, "나는 살기 위해 죽으리라"라는 가사가 말러의 염세적인 세계관을 잘 나타내고 있지만 이 또한 듣기에 따라 중의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