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의 편안함이 그리워지는 노래

- Perry Como의 'Me Casa, Su Casa'

by 밤과 꿈

어릴 때 집안 일로 부모님을 따라 선산이 있는 시골에 가면 언제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일가친척이라는 분들이 왜 그다지도 매사에 간섭이 많은지. 물론 그곳이 집성촌으로 이야기의 대부분은 문중과 관련된 것이었겠지만 집안 일과 상관없는 개인적인 일에도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사소한 분란을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기억입니다. 어린 소견에 그 일들을 올바르게 판단할 만한 분별력이야 없었겠지만 평소에 부모님들이 하는 말속에서 어린 깜냥으로도 돌아가는 형국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가족이란 구성원 사이의 이해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해가 수학 문제 하나 풀었다는 수준의 이해가 아닌 것은 물론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깊고 진실된 이해의 매개 없는 사랑 또한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넓게 볼 때 갖가지 인간관계의 편안함도 생각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서로에 대한 이해를 잘 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도시에서의 이웃은 어려운 이해 대신에 무관심을 선택한 사이라면 시골에서의 부락 공동체는 집착과 간섭을 이해로 잘 못 이해하고 있는 듯합니다. 부락의 구성원 사이에 이해를 기반으로 한 화목이 넘쳤다면 심심풀이 화투판에서 이웃 간에 시비가 붙어 농약으로 사람을 살해하는 일 따위는 생기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가족도 마찬가지로 이해로 싹튼 사랑이 아니라 집착과 구속이 진정한 사랑을 가리고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혈연으로 맺어져 오래 함께 한 사이이지만 가족 간에 몰이해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급격한 산업화가 인간관계의 거리를 넓힌 것이 사실이지만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형성된 인간관계의 닫힌 구조도 인간관계를 편안한 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페리 코모(Perry Como)가 1957년에 부른 'Mi Casa, Su Casa'라는 노래가 우리에게서 잊힌 사람 사이의 편안함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 카사, 수 카사'라는 말은 'My House is Your House', 즉 내 집을 당신 집처럼 편안하게 지내시라는 내용의 노래입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웃으면서 이렇게 환영의 뜻을 표할 수 있다면 이는 이해 이전의 원초적인 친근함을 드러낸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니 이 노래가 더더욱 정겹습니다.



미국 RCA에서 출반한 베스트 앨범


이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유튜브 채널

https://youtu.be/wsy2TsQ9v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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