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 감각의 청록 산수 - 풍곡(豊谷) 성재휴

by 밤과 꿈


산수도, 종이에 수묵, 1960년대

풍곡 성재휴(1915~1996)는 오래전부터 많이 좋아했던 전통화가였다. 무엇보다도 그의 산수화에서는 전통적인 산수화의 정형에 머물지 않은 신선한 감각이 있어 좋았다. 풍곡의 개성 있는 그림은 화가로서의 경력 초창기에서부터 형성된 것으로 이는 그가 우리 전통 화단의 거목인 의재(毅齋) 허백련의 제자가 되어 수련기를 거칠 때부터 의식적으로 자신의 개성을 찾고자 했던 결과였다.

수련기에 이어 풍곡은 특히 국전에서 두각을 나타내어 1949년 제1회 국전에서 입선한 이후 제2회와 제3회에 걸쳐 연이어 입선했으나 제4회 국전에서 석연찮게 낙선한 이후 국전과는 거리를 두게 된다. 풍곡은 1950년대부터 고암 이응노의 영향을 받고 산수화의 현대화에 주력, 1957년과 1962년에 조선일보사가 주최하는 '현대작가 초대전'에 고암 이응로와 함께 초대되어 작품을 전시하게 된다. 그러나 풍곡의 화가로서의 개성과 뛰어난 경력에도 불구하고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올곧은 성정 때문에 능력에 비해 일반적으로 덜 알려진 이유가 되었다.

한편 풍곡의 현대적인 감각의 산수화의 매력을 해외에서도 주목하게 되어 1957년에는 뉴욕의 월드하우스 갤러리가 기획하는 '한국 현대 작가전'에 초대되었고, 뒤이어 1년 후인 1958년에는 샌프란시스코 미술관에서 기획하는 '아시아 미술전'에서도 풍곡의 그림이 전시되었던 바 있었다.

풍곡은 산수화 이외에도 개구리, 게, 부엉이, 물고기 등 그림의 주제를 다양화하면서 그의 그림이 가진 호방한 필선의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기도 했다.

산수화에 있어 발묵과 파묵을 적절하게 사용한 대담한 필선이 특징이었던 풍곡의 그림은 1960년대 후반에 이르러 보다 과감해진 형태의 생략에다 먹의 사용과 필선에 생동감을 더한 청록 산수로 귀착된다.

그리고 197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 풍곡의 청록 산수는 호방한 운필에 먹의 사용을 더하고 반추상에 가깝게 형태를 단순화하면서 선명한 색채가 화면을 가득 채우게 되는 것이다. 이 시기에 이르러 그려진 풍곡의 산수화는 그의 대범한 운필을 넘어 도달한 담담한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