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으로 맞이하는 성탄

- 음악으로 듣는 四季, 겨울

by 밤과 꿈

차이코프스키(Peter Ilyich Tchaikovsky)의 발레음악, 호두까기 인형(The Nutcracker)



12월이 되면서 정교회를 제외한 가톨릭과 개신교의 교회는 대림절, 혹은 대강절의 절기를 맞이하게 된다. 대림절이란 아기 예수가 이 땅에 오는 성탄절로부터 4주 전에 시작되어 성탄절 전야에 이르는 기간으로 모든 교회는 성탄을 기다리며 경건한 마음으로 이 절기를 보내게 된다. 그리고 교회 성가대원들은 일찌감치 성탄 음악회 연습으로 주일 하루를 교회에서 보내게 된다.

교회의 이와 같은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일반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한껏 들뜬 마음이 된다. 더군다나 각종 송년 모임마저 겹쳐지는 때인지라 자칫 성탄의 본질은 사라지고 흥청망청하면서 연말을 보내게 될 우려가 분명 존재한다.

이에 교회는 성탄절이 지나치게 상업화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지만 지나치지만 않다면 어느 정도 축제 분위기 속에서 성탄을 맞이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예쁘게 장식된 크리스마스 트리와 흥겨운 캐럴이 사라진 크리스마스를 상상할 수는 없지 않을까. 크리스마스는 이미 종교를 떠나 인류의 축제로 자리 잡은 지 오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길거리에서 캐럴을 듣기가 어려워졌다. 경기가 좋지 않아서이겠지만 더 큰 이유는 저작권의 문제 때문이란다. 성탄의 기쁨마저 상업적 규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니 마음이 편치 않다.

예전과 같이 길거리 마다마다에서 성탄의 기쁨을 노래하는 캐럴이 넘쳐나기를 기대한다.


성탄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동심과 환상

차이코프스키의 음악과 발레 '호두까기 인형'은 크리스마스를 전후하여 어김없이 만나게 되는 음악이며 무대 공연이다. 그것은 이 발레의 줄거리가 크리스마스 전야에 펼쳐지는 환상과 동화적인 꿈속 여행을 소재로 한 것으로 동심을 자극하는 요소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2막으로 이루어진 발레 '호두까기 인형'은 클라라라는 소녀가 성탄 선물로 받은 호두까기 인형이 변신한 왕자와 함께 설탕의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는 동화적인 줄거리로 이루어져 있다.

특이 1막의 마지막에서 여행을 떠날 때 펼쳐지는 눈꽃의 춤과 2막에서 과자의 나라에서 펼쳐지는 스페인의 춤, 아라비아의 춤, 중국의 춤, 러시아의 춤, 갈대 피리의 춤, 아주머니와 광대 등 6곡의 디베르티스망(divertissement, 발레에서 줄거리와는 상관없이 삽입되는 짧은 춤)은 발레 '호두까기 인형'에서만 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무대이며 이어지는 꽃의 왈츠의 화려함도 인상적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 발레단에서는 해마다 연말에 발레 '호두까기 인형'을 경쟁적으로 무대에 올리고 있다. 딸이 어렸을 때 이 두 단체가 공연하는 '호두까기 인형'의 무대를 여러 번 관람했었다. 지금의 사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당시 두 단체의 무대는 서로 다른 차이를 보여 두고 있었다.

먼저 연말 공연으로 '호두까기 인형'을 무대에 올렸던 유니버설 발레단은 1998년부터 10년간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의 키로프발레단을 이끌었던 올레그 비노그라도프를 예술 감독으로 영입하여 발레단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따라서 유니버설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키로프 스타일의 무대와 안무를 옮겨 놓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키로프 스타일의 '호두까기 인형'은 화려한 무대와 디테일이 아기자기한 군무를 특징으로 했었다.

반면 국립발레단도 볼쇼이 발레단의 예술 감독인 유리 그리고로비치를 해마다 초청하여 국립발레단에 볼쇼이 스타일의 '호두까기 인형'을 이식했었다.

볼쇼이 스타일의 '호두까기 인형'은 키로프발레단의 무대와 같은 화려함보다는 독무와 2인무의 힘이 넘치고 절도 있는 안무를 특징으로 했다.

개인적으로는 볼쇼이 스타일의 무대를 더 좋아하지만 두 사람의 세계적인 안무가에 의해 러시아를 대표하는 두 발레단의 무대를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어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다린다는 것, 그 순수한 믿음이 곧 동심과 같은 것이리라. 오래 보지 못했던 발레 '호두까기 인형'을 이번에는 다시 보아야겠다.


추천 음반

이 음악은 대개 전곡판과 발췌판의 형태로 발매된다. 그만큼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음악이기 때문에 감상의 편의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중적인 인지도가 있는 만큼 무수히 많은 음반이 발매되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평론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음반으로는

1. 앙드레 프레빈(Cond.),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DECCA) 연주와

2. 에르네스트 앙세르메(Cond.),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DECCA) 연주를 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