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인터넷으로 지난 뉴스를 검색하다가 요엘 레비(Yoel Levi)의 사임 이후 2년째 공석으로 있는 KBS 교향악단의 상임 지휘자로 핀란드 출신의 젊은 지휘자 피에타리 인키넨(Pietari Inkinen)의 선정이 유력하다는 한 일간 신문의 기사였다.
피에타리 인키넨은 1980년 생으로 지휘를 하기 이전에 바이올린을 전공했고, 현재 독일의 중견 교향악단인 도이치 라디오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로 있는 유망주이다. 2018년에는 도이치 라디오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 국내 음악 애호가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2006년부터 객원 지휘를 통해 KBS 교향악단과도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작년 12월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연말 연주회에서 포디엄에 서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날의 연주곡목이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빅 이벤트의 지휘를 맡겼다는 것은 이 젊은 지휘자에 대한 악단원의 신뢰가 크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가 있다.
KBS 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로 유망한 피에타리 인키넨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기사와 같이 피에타리 인키넨이 KBS 교향악단의 포디엄에 올라 상임 지휘자로 취임하게 된다면 서울 시향의 상임 지휘자로 있는 오스모 벤스케(Osmo Vanska)에 이어 국내의 양대 교향악단을 핀란드 출신 지휘자가 통솔하게 되는 것이다.
서울 시향을 지휘하고 있는 오스모 벤스케 이 사실이 앞으로도 화재가 되어 매스컴에서 자주 언급되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핀란드 출신 지휘자의 약진은 국제 음악계의 동향에서 화재가 된 지 오래였다.
그 출발은 시벨리우스 음악 아카데미에서 요르마 파눌라(Jorma Panula)에게서 지휘를 배우고, 거의 동시대에 국제 음악계에 등장하여 그 역량을 인정받은 핀란드의 3 총사인 유카-페카 사라스테(Jukka-Pekka Saraste)와 오스모 벤스케, 에사 페카 살로넨(Esa Pekka Salonen)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들은 지금 절정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유카-페카 사라스테는 그동안 토론토 심포니 오케스트라, BBC 오케스트라, 오슬로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상임을 거쳐 2019년에 독일의 1급 오케스트라인 서부 독일 방송 교향악단과 계약을 마친 후에 자유로운 객원 지휘로 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오스모 벤스케는 서울 시향 이외에도 미국의 미네소타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임을 겸하고 있으며,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고 있는 에사 페카 살로넨은 정상급이라기에는 약간 부족했던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미국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교향악단으로 이끈 후 신예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에게 지휘봉을 넘기고 명예 지휘자가 되었다. 그리고 현재는 런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 뒤로도 한누 린투(Hannu Lintu), 랄프 고토니(Ralf Gothoni) 등의 지휘자가 등장했고, 이 뒤를 15세부터 지휘를 했다는 피에타리 인키넨이 이어받을 기세인 데다 KBS 교향악단을 통솔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이처럼 핀란드 출신 지휘자들의 재능이 크게 나타나는 것은 무엇보다도 핀란드의 교육 시스템이 뛰어나다는 사실에 힘입은 바가 크겠지만 핀란드가 유럽 음악의 변두리라고 하는 현실에 대한 자각과 자강의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한때 음악사의 중심에 있었으나 이후 그 중심에서 비껴났던 경험을 가진 네덜란드와 영국에서 고음악이 정착했다는 사실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핀란드 음악 교육의 산실, 시벨리우스 음악 아카데미 어쨌든 오스모 벤스케와 피에타리 인키넨이 함께 국내 정상의 오케스트라를 상임으로 지휘하게 된다면 아무래도 본고장 음악을 자주 연주하게 될 터, 핀란드 작곡가인 시벨리우스(Sibelius, Jean)를 비롯하여 그리그(Grieg, Edvard), 닐센(Nielsen, Carl) 등 북유럽의 서늘한 서정에 흠뻑 젖을 날도 멀지 않았다.